트럼프에 밀려 日 천덕꾸러기 된 시진핑

2019-03-12 10:14
日 "트럼프 5월 국빈 방문에 시진핑 6월 국빈 대우 어려워"
미·중 갈등이 배경..."두 정상 동급 대우, 美가 원하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밀려 일본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이 5월로 최종 확정되면서 6월 방일 예정인 시 주석의 국빈 대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초 잇따라 시 주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는 5월 26~28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국빈 방문을 확정 지으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통상 국빈 방문에 드는 비용은 1인당 2000만엔(약 2억360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한 해 국빈방문을 1~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G20 정상회담과 아프리카개발회의, 천황 퇴위식, 황태자 즉위식 등 해외 인사를 초청해야 할 일정이 빡빡한 상태다.

외무성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문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국빈을 초청하는 것은 일정이나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일본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다. 무역전쟁 뿐 아니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양국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친다고 비난하며 화웨이 제품 퇴출을 위한 ‘보이콧’을 주도했고, 일본은 이에 동참한 바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을 같은 대우로 방문하게 한다면 미국의 심기가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만약 일본이 시 주석에 국빈 대우를 하지 않는다면, 시 주석의 방일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도 각각 1998년과 2008년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 중국은 이전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국빈 방문이 아니라면 시 주석을 일본에서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은 시 주석의 방문 일정을 차후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일본 방문 시 같은 달 1일 즉위하는 새로운 천황과 만나고, 황궁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에도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