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양승태 사법부, 적폐의 온상 치부 안 돼”

2019-03-11 18:38
"공소장 켜켜이 쌓여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 비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법 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3.11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11일 재판 거래·재판 관여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첫 정식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그는 “지난 8개월간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진행된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연일 고초를 겪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동료 법관과 법원 가족에게 단초의 일단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지난 시기 양승태 사법부가 검찰이 단정하듯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며 “지난 시기 사법부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한 모든 법관을 인적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거래 혐의에 대해 “지난 시기 사법부가 이른바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 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며 “검찰이 수사와 공소장을 통해 그려놓은 경계선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법원행정처가 하는 일 중엔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며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 독립이라고 해서 유관 기관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유아 독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부를 위해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유관 기관과 상호 간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부득이 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 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는 건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재판 관여 혐의에 대해서도 “행정처는 다양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일선 법원의 주요 재판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며 “부득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이 일선 법관의 양심을 꺾거나 강제로 관철한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동안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펼친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일방적인 여론전은 이제 끝났다”며 “공소장 켜켜이 쌓여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충실히 심리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