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붐 확산] 정부, 벤처기업 경영권 방어 위해 '차등의결권제' 도입

2019-03-06 15:20
12조원 규모 스케일업펀드 조성…벤처기업 덩치 키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셋째)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주재하고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홍 부총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주 특허청장.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정부가 작고 힘없는 스타트업과 벤처·창업 기업의 경영권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이 담긴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창업과 투자, 성장, 회수·재투자 등 일련의 기업 성장 과정이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뤄지도록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1990년대 후반 1차 벤처 붐에 이어 2차 벤처 붐을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도 덤으로 창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스타트업이나 벤처·창업 기업의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벤처특별법을 개정해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차등의결권제는 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벤처기업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금력과 힘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벤처·창업 기업의 경영권을 외부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그간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창업 기업들이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왔다.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투자를 받아 도약해야 하지만, 대부분 벤처기업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성장을 멈춘다. 적당한 수준에서 투자를 받지 않고, 일자리도 늘리지 않는 '피터팬 증후군'이 국내 기업환경에서 만연한 이유다. 

이에 정부는 경영권이 희석될 우려가 없고, 투자 유치는 활발하게 이뤄지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한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면,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져 대규모 투자 자금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게 핵심이다. 창업자는 이 제도를 통해 경영권 위협 없이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단기 주가 압력 없이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은 "차등의결권제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보다 과감하게 투자한다"며 "더 큰 회사를 만들고, 더 투명한 경영을 하기 위해 상장(IPO)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친화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2년까지 스케일업(Scale-Up·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펀드 12조원 조성 △벤처지주회사 자산 규모 5000억원→300억원 하향 △비계열사 주식취득 제한 폐지 △민간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한 1조원 규모 M&A 전용 펀드 신설 △크라우드펀딩 모집 한도 7억원→15억원 확대 등을 추진한다. 

한편, 벤처기업협회는 이날 정부 발표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선순환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제시는 고무적"이라며 "신규 벤처투자 규모를 현재 3조4000억원에서 2022년까지 5조원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공공 부문의 역할을 강화하고, 벤처기업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 검토 내용이 포함된 것은 벤처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