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오동협 원빌딩 대표 "빌딩 매매가 거품 빠질 것, 5월부터 거래 정상화"
2019-02-19 14:19
19일 찾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원빌딩' 빌딩전문 중개법인 사무실. 오동협 원빌딩 대표는 빌딩 매입 자문을 받으려는 투자자와 한창 상담을 진행 중이었다. 그는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등 주택시장을 죄면서 자산가들이 빌딩 매입으로 눈길을 많이 돌리고 있다"며 "지난해 투자 문의 횟수가 10건이었다면 올 들어선 12~13건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다만 거래는 작년 여름과 비교해 절반 정도 줄었다. 정부 규제에 수요자들이 관심은 있으나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매도자와 매수자들의 가격 접점을 찾는 단계"라면서 "5월 이후에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춰 급매물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제에 갈 곳 없는 유동자금, 다시 빌딩으로 몰릴 것"
오동협 대표는 "자산가들에게는 10억~30억원에 달하는 강남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가 필요한데, 꼬마빌딩과 중소형빌딩이 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빌딩 매수의 수요층이 다양해지고 두터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건물 투자를 주로 해온 은퇴자들뿐 아니라 3040세대도 꼬마빌딩 투자에 적극 뛰어드는 추세"라며 "다만 정부 규제와 위축된 시장 분위기로 인해 매수자들이 가격 저울질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흔히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빌딩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상 3~7층의 상가 건물이나 작은 오피스 건물을 말한다. 공실률만 낮다면 5~6%대의 임대수익률도 가능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일반인들도 아파트를 팔거나 대출을 받아 꼬마빌딩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서울 강남권의 일부 꼬마빌딩은 매입가만 1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인기 투자처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 대표는 그간 빌딩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주요지역 빌딩에 5~15%가량 가격 거품이 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작년에는 30억원이 시세인 빌딩 매물이 35억원에 팔렸다"며 "매도자들은 아직도 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버틸 체력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물건이 31억 정도 가격이 내려가면 급매물이 나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응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적으로는 5월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공동주택 공시가 발표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고 버티던 매도자들도 하향조정한 매물을 내놓으면서 매수자들이 응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빌딩 매수자들 특성상 세금과 금융비용을 버틸 체력은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가격이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접점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빌딩 투자를 고려한 분들은 강남이나 가로수길, 성수동 등 중심가 쪽에서 매물을 찾으려고 한다"며 "이미 떠버린 동네는 가격대가 높아져 있다 보니 30억원대 미만의 물건을 찾기 어려운 데다 매물도 거의 없는 편이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대로변보다는 폭 8~12m의 곧은 이면도로에 사람이 더 몰리기 때문에 오가기 쉬운 이면도로와 맞닿은 건물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맛집'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젊은 층을 수용할 수 있는 테마가 있는 상권을 살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빌딩 투자 시 유의할 점에 대해서 "빌딩을 사려는 이유를 확실히 해야 한다"면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막연하게 빌딩을 매입하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왜 건물을 사려고 하는지, 양도차액을 원하는 건지, 임대수요가 필요한 건지 등 기준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관심을 둔 지역에 발품을 파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팔리는 건물은 이유가 있다. 매각된 꼬마빌딩 실사례를 최소 2~3개월 동안 분석하면서 빌딩을 보는 자신만의 눈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프로그램으로 빌딩중개인 육성…토털 서비스개념 도입
원빌딩은 서울·수도권 지역의 중소형 빌딩에 대해 매매, 임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중개회사다. 1998년 직원 7명에서 시작된 원빌딩은 21년 만에 30명의 팀장과 70명의 직원 등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선두 빌딩중개 법인으로 성장했다. 또한 빌딩 중개인 '사관학교'라고 불리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명 빌딩 중개인을 여럿 배출한 점도 특징이다.
원빌딩의 성장 동력은 '사내 교육프로그램'이다. 원빌딩은 매주, 매월, 매분기 회사의 팀장들이 돌아가며 직원들을 교육한다. 중개보조원으로 있는 직원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매주 모의고사를 본다. 오 대표는 "외부에서 스카우트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직원을 교육해 영업력이 있는 팀장으로 양성하고 있다"며 "성적이 저조한 직원은 주말에도 나와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전문가를 육성하는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분석해 그 결과를 토대로 고객이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빌딩이 주목하는 신사업은 '빌딩관리'다. 오 대표는 "소규모 빌딩 매매로 시작했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빌딩 매매와 임대, 관리까지 토털 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실천하고 있다"며 "특히 빌딩 매입의 주체가 3040 연령대로 낮아지면서 전문적인 빌딩관리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빌딩매매에 관한 정보를 개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오 대표는 원빌딩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폐쇄적이고 정보 공개가 쉽지 않은 빌딩매매 시장을 보다 보편화하고 일반화해 누구나 시장에 진출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선진화된 빌딩매매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이어 "원빌딩은 한곳에서 여러 매물을 검토할 수 있어서 뷔페와 같다. 10여년간 직접 발굴하고 추적한 10만여 건의 빌딩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매도 등 의뢰받은 물건의 정보를 회사 내 빌딩관리프로그램인 WCD에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원빌딩에 몸담기 전까지 매우 힘든 여정을 겪었다. 오 대표는 1990년대 외환위기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고시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중국요리 배달, 도시락 배달 등 생계유지를 위해 밑바닥 인생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30대 초반에 원빌딩에 입사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오 대표는 "빌딩 매매 중개일을 배우기 위해 여느 팀장들처럼 회사에 취직했다"면서 "개인적으로 100여건의 빌딩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작게는 9억 원부터 많게는 1000억원짜리 중개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으로는 스타플레이어지만 대표직에 취임한 이후 100명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로서 책임이 막중하다"며 "항상 고객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빌딩 구성원의 마인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