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to G7]'친기업' 날개 단 선진국…'압축성장' 발목 잡힌 한국

2019-02-14 03:00
법인세 낮추고 국가전략특구 지정…G7, 규제개혁 나서며 발빠른 변화
韓, 디지털경제 전환 걸음마 단계…경쟁력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법인세 감면 등 친기업 정책을 펴는 등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6조82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사이, 애플은 미국에서 11조600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우리나라가 법인세 세고세율을 당초 22%에서 25%로 끌어올렸지만, 미국은 오히려 35%에서 21%로 낮췄다. 법인세 감면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 효과다.

일본에선 2013년부터 지역 단위 규제개혁 방식인 국가전략특구를 통해 통 큰 규제완화가 전개됐다. 법인세를 낮추고 고령자가 자녀나 손주에게 증여할 때에도 비과세 한도를 2500만엔까지 확대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고령화율이 높은 △후쿠오카시 △아이치현 △효고현의 야부시 등 3곳에선 온라인 복약지도까지 허용했다. 사실상 원격 의료 규제가 해당 특구에서는 사라진 셈이다.

세계경제가 대전환기를 맞았다. '긴 장마기'로 들어서는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선진국가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친기업정책을 택했다. 글로벌 경제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선진국들의 힘겨루기는 산업생태계마저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당히 뒤처진 상황이다. 글로벌 통상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마저도 비상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강국들의 발빠른 변화를 배워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현재 한국경제는 선진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도전과 위협을 끌어안은 채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의 현대사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압축적인 성장을 일궈왔다. 지난해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꿈의 3만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국민의 주머니는 텅 비었다. 국제사회와의 경쟁력에서도 한국 산업이 오히려 밀리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압축성장의 복수'라며 한국경제 현주소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 사이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건네진 글로벌 경제 패권은 최근 중국의 도전을 받으며 국제사회를 뒤흔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해온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충돌하면서 국제사회를 긴장케 했다.

미국은 다음달 1일까지 중국과의 협상 타결을 유예한 상태지만, 경제 이외에 외교·안보·국방 등 '세계의 1인자'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줄다리기에 몸을 맡겼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우리나라는 역풍이 두렵기만 하다.

당장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지는 않는다. 다만,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는 대전환 국제흐름 속에서 한국경제의 또 다른 근심거리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함께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가속화시키는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영국이 세계 경제 5위인 만큼, 영국 경제 하락은 세계경제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길 수 있다. 세계은행 역시 '노딜 브렉시트' 발생 시 미국과 중국 경제성장률이 각각 0.4%, 0.3% 내려앉을 것으로 경고했다. 글로벌 경제의 도미노 악재 속에서 한국경제도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아시아·태평양권 무역시장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앞장서는 일본의 움직임도 거침없다. 지난해 12월 30일 발효된 포괄적·잠정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출범을 일본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CPTPP 각료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 수준의 거대 자유무역 경제권을 조성한 일본에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위협을 받게 됐다. 국내 산업 보호를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가 CPTPP 가입을 고민하는 사이, 국제사회와의 격차만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를 협의하는 국가들은 주요 20개국(G20)으로 확대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미국·영국·일본 등 G7 국가들의 변화는 한국경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평가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걸어가면서 디지털경제 혁신 속도를 높이는 G7 국가들의 움직임이 한국경제에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플랫폼·인공지능(AI)·데이터 등을 표방한 디지털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그친다.

더구나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산업 밸류체인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친기업 정책을 전개해온 선진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 산업은 전·후방산업 등에서 취약하다. 규제개혁 역시 미흡하다. 카풀서비스·원격의료 등은 여전히 이해당사자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규제개혁이 헛바퀴만 돌 뿐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 경제생태계와 달리, 우리 경제는 고부가가치 분야에만 초점을 두다 보니 산업생태계 자기완결성이 떨어진다"며 "전방과 후방에서 기업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적 경제 시스템 완비부터 차근차근 설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