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숙해진 박보검 "차기작서 이미지 변신? 이유 없는 악역은 싫어요"

2019-02-11 15:24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김진혁 역을 열연한 배우 박보검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무려 2년 반 만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연이어 히트시키고 그야말로 '대세 배우'로 발돋움한 배우 박보검(26)은 많은 고민과 우려의 시선을 이겨내고 드라마 '남자친구'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첫 방송해 올해 1월 24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는 한 번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여자와 자유롭고 맑은 영혼을 가진 남자의 로맨스를 담은 작품.

16부작 드라마를 끌어가며 "닮은 모습도 많고" "본받고 싶기도 한" 문학청년 진혁을 통해 박보검은 배우로서도, 남자로서도 한층 더 성숙해진 듯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박보검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김진혁 역을 열연한 배우 박보검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년 만에 복귀다. 늦어진 만큼 우려나 부담도 컸을 것 같은데
- 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진 거 같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1~4회 분량을 받았는데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과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진혁은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려 했었다. 누구나 걱정도 기대도 되지만 그 마음이 깊고 크나 보면 자신감 있는 연기가 나오지 않을 거 같았다. 부담은 지우되 긴장은 유지하며 작품에 임했다.

진혁은 자유로운 영혼이지 않나. 본인과 싱크로율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 유사한 면도 다른 면도 있다. 진혁이는 낯선 이들과 만남을 거리끼지 않지만 저는 낯선 사람은 만나려 하지 않는다. 사랑에 있어서도 진혁이처럼 확고한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혁이를 두고 '본받고 싶다'고 했다
-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남의 이야기에도 경청할 줄 아는 자세.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하는 이해력과 포용력이 대단하다. 그런 '남자친구' 같은 모습들을 본받고 싶다.

진혁 캐릭터를 두고 표현하려고 한 건 무엇인가?
- 첫 회와 마지막 회는 분명 다른 모습. 성장하는 진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매 순간, 장면마다.

이상적인 '남자친구'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평도 있었다
- 아무래도 극 초반 인물 설정이 '문학청년'이니까. 책을 좋아하고 시적 표현도 잘한다. 자기 생각을 말할 때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색다른 표현이라도 어느 한 곳에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하도록 했다. 연기하는 제가 어색하지 않게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김진혁 역을 열연한 배우 박보검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자칫하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연기자들이 담백하게 연기해 부담을 줄인 거 같다. 이런 점들이 어렵지는 않았나?
- 어렵지는 않았다. 인물을 이해하려고 했다. 보는 분들도 편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혁의 표현과 사랑 방식이 색다르고 신선하면서도 이해하고 납득되는 게 많았다. 연기할 때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상대역인 송혜교에게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겠다
- 그렇다. 차수현을 활자 이상으로 표현해주셨고 그 덕에 김진혁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송혜교 선배님께 감사드린다. 대본을 읽을 때마다 신기하게 송혜교 선배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시나리오를 볼 때보다 함께 연기할 때 감정이 더 크게 와닿았다. 눈을 보면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송혜교가 박보검을 위해 조언해준 게 있다면?
- 연기할 때 합을 맞추는 점들?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제안하는 식이다. 선배님 덕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첫 회 방송 당시, 쿠바에서 자유로운 진혁의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긴 머리부터 춤과 노래 등등
- 제 긴 머리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실 줄 몰랐다. 하하하.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길렀던 건 아니었고 그냥 긴 머리를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기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쿠바 로케이션이 결정되고 감독님과 진혁의 스타일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긴 머리를 해보면 어떨까요? 자유로워 보이지 않을까요?'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타일링이) 결정됐다. 아, 머리를 기르면서는 힘들었다. 새삼 머리 긴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춤과 노래는 어땠나?
- 재밌었다. 그간 한 번도 보여드린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진혁만의 사랑 표현법이라서 잘 해내고 싶었다.

드라마에서는 보여준 적 없었지만 팬미팅에서는 춤을 즐겨 춘다던데
- 열심히 준비하는 거다. 하하하.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정말 열심히 췄다.

술주정 신도 화제가 됐었다. '리얼'한 장면이라며 "실제 음주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 술을 잘 못 한다. 취해 본 적도 없고, 취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아예 그런 경험이 없다. 그 장면을 준비할 땐 용기가 필요했다. 하하하. 어떻게 재밌게 진혁이만의 표현법으로 그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회식 자리에서 다른 분들이 음주하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감독님의 코칭을 받기도 했다.

'남자친구' 속 진혁의 몇몇 모습들. 예컨대 술을 마시거나, 연애하는 작은 디테일 등은 경험해보지 못한 결 표현했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연기할 때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나?
- 물론 경험이 많은 분들이 본다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 역시도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술, 담배를 한다고 해서 연기가 더 잘 나오는 거 같지는 않다. 개인 취향의 문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김진혁 역을 열연한 배우 박보검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진혁이를 본받고 싶다"고 했는데, 반대로 내가 진혁이보다 낫다고 내세울 점이 있다면?
- 재능? 하하하. 진혁이가 저보다 '경험'은 더 많은 거 같다. 하지만 '재능'은 제가 더 많을지도. 음악적 재능이나 춤 실력? 하하하. 농담이다. 진혁이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남자친구'가 차기작에 미칠 영향은 어떤 점이 있을까?
- 많은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진혁이처럼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내 작품을 소중히 생각하는 점일 거 같다.

박보검에게 다양한 '변화'를 기다리는 팬들도 있는데. 본인은 어떤가?
- 다들 사이코패스, 악역 등을 기대하시는 거 같다. 하하하. 다들 '변화'를 이야기하셔서 '어떤 역할이 제게 어울릴까요?' 물으면 사이코패스 이야길 하시더라. 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경우는 나름대로 사연도 있고 이유가 있어서 연기하는 제 입장도 납득이 갔었던 캐릭터다. 저는 이유 없는 악역은 싫다. 태어나자마자 악한 인물을 표현하는 건 마음이 아플 거 같다.

박보검에게 2019년은 어떤 해가 될 것 같나?
- 2018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게 크게 느껴진다. 졸업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을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