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숙해진 박보검 "차기작서 이미지 변신? 이유 없는 악역은 싫어요"
2019-02-11 15:24
지난해 11월 28일 첫 방송해 올해 1월 24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는 한 번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여자와 자유롭고 맑은 영혼을 가진 남자의 로맨스를 담은 작품.
16부작 드라마를 끌어가며 "닮은 모습도 많고" "본받고 싶기도 한" 문학청년 진혁을 통해 박보검은 배우로서도, 남자로서도 한층 더 성숙해진 듯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박보검의 일문일답이다
- 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진 거 같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1~4회 분량을 받았는데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생각과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진혁은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려 했었다. 누구나 걱정도 기대도 되지만 그 마음이 깊고 크나 보면 자신감 있는 연기가 나오지 않을 거 같았다. 부담은 지우되 긴장은 유지하며 작품에 임했다.
진혁은 자유로운 영혼이지 않나. 본인과 싱크로율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 유사한 면도 다른 면도 있다. 진혁이는 낯선 이들과 만남을 거리끼지 않지만 저는 낯선 사람은 만나려 하지 않는다. 사랑에 있어서도 진혁이처럼 확고한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남의 이야기에도 경청할 줄 아는 자세.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하는 이해력과 포용력이 대단하다. 그런 '남자친구' 같은 모습들을 본받고 싶다.
진혁 캐릭터를 두고 표현하려고 한 건 무엇인가?
- 첫 회와 마지막 회는 분명 다른 모습. 성장하는 진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매 순간, 장면마다.
이상적인 '남자친구'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평도 있었다
- 아무래도 극 초반 인물 설정이 '문학청년'이니까. 책을 좋아하고 시적 표현도 잘한다. 자기 생각을 말할 때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색다른 표현이라도 어느 한 곳에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하도록 했다. 연기하는 제가 어색하지 않게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자칫하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연기자들이 담백하게 연기해 부담을 줄인 거 같다. 이런 점들이 어렵지는 않았나?
- 어렵지는 않았다. 인물을 이해하려고 했다. 보는 분들도 편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혁의 표현과 사랑 방식이 색다르고 신선하면서도 이해하고 납득되는 게 많았다. 연기할 때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상대역인 송혜교에게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겠다
- 그렇다. 차수현을 활자 이상으로 표현해주셨고 그 덕에 김진혁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송혜교 선배님께 감사드린다. 대본을 읽을 때마다 신기하게 송혜교 선배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시나리오를 볼 때보다 함께 연기할 때 감정이 더 크게 와닿았다. 눈을 보면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송혜교가 박보검을 위해 조언해준 게 있다면?
- 연기할 때 합을 맞추는 점들?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제안하는 식이다. 선배님 덕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첫 회 방송 당시, 쿠바에서 자유로운 진혁의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긴 머리부터 춤과 노래 등등
- 제 긴 머리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실 줄 몰랐다. 하하하.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길렀던 건 아니었고 그냥 긴 머리를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기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쿠바 로케이션이 결정되고 감독님과 진혁의 스타일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긴 머리를 해보면 어떨까요? 자유로워 보이지 않을까요?'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타일링이) 결정됐다. 아, 머리를 기르면서는 힘들었다. 새삼 머리 긴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춤과 노래는 어땠나?
- 재밌었다. 그간 한 번도 보여드린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진혁만의 사랑 표현법이라서 잘 해내고 싶었다.
드라마에서는 보여준 적 없었지만 팬미팅에서는 춤을 즐겨 춘다던데
- 열심히 준비하는 거다. 하하하.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정말 열심히 췄다.
술주정 신도 화제가 됐었다. '리얼'한 장면이라며 "실제 음주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 술을 잘 못 한다. 취해 본 적도 없고, 취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아예 그런 경험이 없다. 그 장면을 준비할 땐 용기가 필요했다. 하하하. 어떻게 재밌게 진혁이만의 표현법으로 그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회식 자리에서 다른 분들이 음주하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감독님의 코칭을 받기도 했다.
'남자친구' 속 진혁의 몇몇 모습들. 예컨대 술을 마시거나, 연애하는 작은 디테일 등은 경험해보지 못한 결 표현했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연기할 때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나?
- 물론 경험이 많은 분들이 본다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 역시도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술, 담배를 한다고 해서 연기가 더 잘 나오는 거 같지는 않다. 개인 취향의 문제다.
"진혁이를 본받고 싶다"고 했는데, 반대로 내가 진혁이보다 낫다고 내세울 점이 있다면?
- 재능? 하하하. 진혁이가 저보다 '경험'은 더 많은 거 같다. 하지만 '재능'은 제가 더 많을지도. 음악적 재능이나 춤 실력? 하하하. 농담이다. 진혁이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남자친구'가 차기작에 미칠 영향은 어떤 점이 있을까?
- 많은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진혁이처럼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내 작품을 소중히 생각하는 점일 거 같다.
박보검에게 다양한 '변화'를 기다리는 팬들도 있는데. 본인은 어떤가?
- 다들 사이코패스, 악역 등을 기대하시는 거 같다. 하하하. 다들 '변화'를 이야기하셔서 '어떤 역할이 제게 어울릴까요?' 물으면 사이코패스 이야길 하시더라. 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경우는 나름대로 사연도 있고 이유가 있어서 연기하는 제 입장도 납득이 갔었던 캐릭터다. 저는 이유 없는 악역은 싫다. 태어나자마자 악한 인물을 표현하는 건 마음이 아플 거 같다.
박보검에게 2019년은 어떤 해가 될 것 같나?
- 2018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게 크게 느껴진다. 졸업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을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