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방문 마친 비건 “北과 협상 생산적”

2019-02-10 19:10
2박3일간 北에 비핵화 상응조치 제시한듯
북·미 내주부터 아시아 제3국서 후속협상

10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출국하며 실무협상 결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10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취재진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일주일 전 입국 당시 취재진에 둘러싸여 “노코멘트”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딱 일주일 만에 바뀐 비건 대표의 표정은 이번 서울과 평양 방문 성과가 나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비건 대표는 지난 3일 입국할 당시만 해도 북측으로부터 정확한 실무협상 날짜와 장소를 통보받지 못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 성사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우리 측 인사들을 만나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며 북측과의 협상을 준비했다. 우선 비건 대표는 3일 방한 직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날 협의에서 양측은 북·미 실무접촉과 관련된 견해를 교환하고 전략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음 날인 4일 청와대를 방문한 비건 대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50분간 북·미 실무협상을 두고 사전 의견 조율을 벌였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 실장은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 쪽의 입장을 청취하고,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현 단계의 상황평가와 앞으로 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도 북·미 실무회담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내 비건 대표는 6일 평양을 찾아 북측 협상단과 마주 앉았다. 비건 대표의 협상 상대로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나섰다.

비건 대표는 사흘간 평양에 머물며 북측에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와 가능한 상응 조치를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2박 3일간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것으로 점쳐진다. 또 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김 대미특별대표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북한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비건 대표는 사흘간의 실무협상을 마친 뒤 서울로 돌아온 지난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 본부장, 정 실장 등 우리 외교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강 장관을 만나 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비건 대표는 “대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북한과 미국은 현재 대화 중이며 이번 논의는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이 본부장과 면담에서도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이달 말 또 다른 생산적인 협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어 방한한 일본 북핵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함께하는 한·미·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도 오찬을 겸해 진행했다.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이날 오후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회의원들을 만나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또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비롯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북협상 라인으로 활동했던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도 만나 협상 결과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으로 돌아간 비건 대표는 협상 결과와 우리 측 의견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28일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정상 차원의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은 조만간 (2차 북·미회담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강경화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조만간 회담할 예정이며, 정의용 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긴밀히 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간 실무 협상은 후속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김 대변인은 “북·미가 2월 17일이 시작되는 주에 아시아 제3국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