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목포 부동산 파문’ 2주일…핵심 쟁점&팩트체크

2019-01-27 07:00
매입한 부동산 수·이해충돌 위반 여부 등
검찰, 직권남용·부동산실명법 위반 수사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파문이 27일로 13일째를 맞았다. 지난 15일 SBS가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뒤 열이틀 동안 목포를 비롯해 전국이 떠들썩했다. 이번 손 의원의 목포 파문은 크게 △매입한 부동산 수 △이해충돌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 손 의원이 매입한 부동산은 과연 몇 채일까

당초 손 의원 의혹이 터지자 그를 옹호하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돌아서게 된 계기는 바로 부동산 매입 수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손 의원이 문화재 특구로 발표된 이전에 부동산을 두 채 샀기 때문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았다”면서 “하지만 오늘 아침에 보면 토지 등 20곳을, 또 일부 신문에는 15~16채 이렇게 있다면 상당히 문제”라고 말했다.

SBS의 최초 보도에 따르면 손 의원과 관련한 목포 시내 건물은 9채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손 의원의 조카가 3채, 손 의원의 남편이 운영하는 크로스포인트 문화재단이 3채, 손 의원 보좌관의 배우자 명의 한 채, 보좌관의 딸과 손 의원의 다른 조카 공동 명의로 2채 등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문화재청이 지난해 8월 관보에 등록한 근대역사문화공간 필지 현황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전체 부동산 602곳 중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인 재단, 조카, 보좌관 남편 등의 명의로 된 건물과 땅이 20채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손 의원은 “해당 토지의 등기부상 필지는 총 14개, 해당 부지 위 건축물은 10개”라며 “2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나 하나의 건물이 여러 필지에 걸쳐 있기도 하는 등 모호하다. 토지와 필지, 건물 등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건물이) 많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손 의원 말처럼 필지와 토지, 건물을 구분해야 한다. 토지 대장과 등기부에 등록을 할 때 필지 단위로 등록하게 된다. 1개의 필지는 한 개의 땅덩어리로, 면적과 상관없다. 하나의 필지 위에는 몇 개의 건축물이 올라올 수 있다.

보도에 따라 손 의원과 측근이 매입한 부동산 수가 달라지는 까닭은 적산가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손 의원과 그의 주변 사람이 매입한 부동산은 목포 구도심에 있는 적산가옥이다.

적산가옥 가운데서도 일본식 연립주택인 ‘나가야 주택’ 형태다. 나가야는 여러 세대가 나란히 이어져 있고, 동일한 외벽에 하나의 지붕을 공유하고 있다. 각각의 출입문이 있어서 문이 3개면 집 3채, 문이 5개면 집 5채가 되는 식이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을 찾는 관광객이 늘자 전남 목포시가 26일 손 의원 조카가 운영하는 갤러리 인근에 비닐 천막으로 임시안내소를 설치했다. [사진=연합뉴스]


◆ “목포가 살아나면 좋은 일”…이해충돌? 손해충돌?

손 의원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다수 매입한 것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그가 바로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 의원은 문화재청을 피감 기관으로 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공익을 우선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이 부당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손 의원은 정책 간담회를 하러 목포에 왔다가 일본식 근대 가옥들을 보고 매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원래 목포시에 도시재생 거점을 매입하라고 권유했지만, 하나도 사지 않아서 직접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목포 구도심 부동산을 샀고, 이듬해 그 거리가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됐다.

여기서 이해충돌 위반 여지가 생긴다. 문광위 소속으로 관련 부동산을 측근들에게 추천했고, 의정 활동을 하면서 해당 부동산과 관련한 발언을 수차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의원은 지난 23일 목포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다 버려진 목포에 사람들을 오게 만든 건 좋은 게 아니냐”고 도리어 기자들에게 반문했다.

그는 “목포 구도심을 살려나가면서 역사 도시재생 사례를 보여 드리겠다”면서 “어떻게 보면 국회의원으로서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인 일”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경우는 이해충돌이 아니라 손해충돌”이라며 “나전 유물 구입, 작가 발굴, 작품 지원, 공방 지원, 유통점 개설, 해외전시 지원 등 이렇게 13년을 보내며 통장은 바닥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당이었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문화재 지정을 위해 국회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부동산을 구입했으니 이익충돌 문제가 있다”면서 “나전칠기 작품의 경우 판권이 문제가 되니 손 의원 쪽에서 ‘기획이나 디자인을 내가 해서 내 작품인 면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을 국립박물관에 구입하라는 발언을 해 (역시) 이익충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검찰 수사 시작…정치권은 ‘이해충돌방지법’ 논의

손 의원 사건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시민단체는 지난 18일 서울 남부지검에 손 의원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남부지검은 지난 25일 두 사건을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 6부에 배당했다.

문제는 검찰 수사로 손 의원의 이해충돌이 인정돼도 현재로써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만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에도 이해충돌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법 제정 당시, 이해충돌 관련 규정을 넣으려 했으나 적용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아예 조항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해충돌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해충돌 관련 권익위원회의 내부안을 최근 받아와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새로운 법률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 의원은 “국회의원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위임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충성 의무를 지니며, 두 가지가 충돌할 경우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데 손 의원은 이 원칙을 너무 가벼이 여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