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가진·조봉암 서훈 길 열리나…독립유공자 심사 규정 개정

2023-07-02 14:27
공적심사위 3심제로 사실상 확대…특별분과위 신설
특별분과위·공적심사위 정비…각계 전문가 참여 확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창립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농 김가진·죽산 조봉암 선생처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행적이 분명함에도 친일 행적 등 논란으로 독립유공자가 되지 못한 이들도 서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가보훈부는 2일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 운영규정’ 등을 대폭 개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예비심사 격인 제1공적심사위원회(향후 예비심사위원회로 명칭 변경)와 제2공적심사위원회(향후 공적심사위원회로 명칭 변경) 2심체제로 운영했다. 이번 운영규정 개정으로 특별분과위를 신설해 쟁점 안건은 종전 2심에서 3심제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연간 분과별 심사 건수가 400건을 상회하게 돼 기존 업무 과중으로 충분히 안건이 논의되지 못한다는 부실 심사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는 게 보훈부의 설명이다.

특별분과위는 각 분과위에서 심층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사안 등을 다루는 위원회다. 서훈의 영예성과 공과(功過)에 대한 재평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한다.

보훈부는 신설되는 특별분과위와 제2공적심사위 당연직 위원 운영규정을 정비해 역사 전공자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법률 등의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게 개방한다.

아울러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서훈 적절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한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훈의 영예성도 훼손되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기포상자에 대해서도 적절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보훈부는 공과가 함께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정책연구와 토론회 등을 거쳐 재평가 방안이 있는지 찾아볼 계획이다.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이자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조봉암(1898∼1959) 선생과 구한말 문신이자 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가진(1846∼1922) 선생에 대해 서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선생의 유족들은 그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보훈부에 세 차례 요청했지만, 보훈부는 친일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족의 요청을 반려해왔다.
 
김 선생의 장례는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장으로 치러졌으나 100년이 지나도록 유해는 돌아오지 못했고 서훈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김 선생은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지만 1919년 3·1운동 뒤에는 조선민족대동단 총재에 추대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하다 생을 마쳤다.

아울러 보훈부는 손혜원 전 국회의원의 부친 손용우(1923∼1999)씨와 고(故)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인 김근수(1912∼1992)·전월순(1923∼2009)씨의 공적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유공자 공적 심사에서 비중 있게 검토되지 못했던 독립운동 영역도 넓힌다.

선교사·의사·교사 등 신분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국인과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돼 옥중 순국하신 분 등에 대한 운영규정 심사기준을 새롭게 마련한다. 국내외에서 독립운동 자금 지원 활동 등을 하신 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독립유공자 포상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보훈부는 독립유공자 포상에 있어 면밀한 공적검증과 조속한 서훈 취소 절차로 가짜 독립유공자가 없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보훈부 홈페이지, 국민생각함,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공개검증을 널리 알리고, 관련 단체 및 대학 등에서 포상 예정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대국민 공개검증 절차에 국민 참여를 보장한다.

현재 진행 중인 공적검증 전수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중복·허위공적 등 공적 이상자에 대해 서훈 취소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을 종식시킬 계획이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독립유공자의 공적이 온전하게 평가받고 서훈의 영예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류보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