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가격 인하·신차 조정’ 내수시장 3위 탈환 시동

2019-01-14 04:18
스파크·트랙스·이쿼녹스 등 주요 모델 15만원~300만원↓
첫 신차 트래버스→볼트EV...팰리세이드 흥행 영향

쉐보레 2019 볼트 EV [사진=한국GM]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와 법인 분리 이슈 등 내홍을 겪으며 쌍용자동차에 내수 시장 3위 자리를 내준 한국GM이 올해 대폭적인 차량 가격 인하와 신차 라인업 조정으로 다시 한 번 재도약을 꿈꾼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9만3317대에 그쳤다. 이는 2017년 대비 무려 29.5% 감소한 수치다. 반면,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10만9140대를 팔아치우며 한국GM을 밀어내고 내수 시장 판매 순위 3위에 등극했다.

이에 한국GM은 지난 1일부터 스파크와 트랙스, 이쿼녹스, 임팔라 등 주요 차종의 국내 판매 가격을 모델에 따라 15만원~300만원 내리는 등 판매 실적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했다.

우선 소형차 스파크가 트림별로 LT 모델 50만원, 프리미어 모델 15만원을 각각 내린 가운데 트랙스는 LS 30만원, LT 및 LT 코어 65만원, 프리미어 84만원을 트림별로 인하됐다.

특히, 지난해 한국GM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이쿼녹스는 비싼 가격대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만큼 다른 모델들보다 높은 인하 폭을 보였다. LT 트림이 190만원, 프리미어 트림이 300만원을 내려, 가격대는 3200만∼3500만원대에 형성됐다.

쉐보레 플래그십 세단 임팔라는 전 트림을 200만원 내린 30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번 판매 가격 인하는 프로모션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기본 가격 자체를 내린 것이어서 파격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완성차 업체가 판매 부흥 차원에서 한 차종의 가격을 내린 적은 많지만 동시에 여러 차종의 가격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국GM의 모델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이번 인하 정책은 이런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올해 예정됐던 신차 출시 라인업도 조정됐다. 한국GM은 당초 올해 첫 번째 신차로 대형 SUV 트래버스를 계획했었지만, 전기차 2019년형 볼트 EV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는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출시 한 달 만에 2000대의 판매고를 달성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국GM의 입장에선 팰리세이드가 대형 SUV임에도 3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섣불리 트래버스를 출시했다가 신차 출시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버스가 수입차 모델인 만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팰리세이드에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GM이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