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이끈 반도체…올해부터 ‘리스크’

2019-01-11 10:17
그린북, 미중 무역갈등‧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지목
생산‧투자‧고용 지표 여전히 먹구름…소비만 소폭 상승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우리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지난해 최고조에 올랐다고 평가되는 반도체 업황이 점차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불확실성 요인으로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업황 등을 지목했다.

그린북은 정부가 최근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책자다.

그린북은 “11월 산업활동동향은 전월비로는 다소조정을 받았으나 전년동월비로는 소폭 증가했고,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증가했다”며 “전반적으로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총평했다.

그린북은 지난해 9월까지 10개월 연속 ‘회복세’라는 표현을 넣었지만, 10월부터 4개월 연속 회복세라는 판단이 빠졌다.

전반적인 경제 진단은 전달과 유사하지만 불확실성 요인에 ‘반도체 업황’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린북에 특정 산업이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이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는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그런데 가격이나 반도체 전반에 대한 수요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어서 ‘정부가 예의주시하겠다’ 정도로 받아들여 달라”고 설명했다.

그린북을 보면, 최근 생산‧투자‧고용지표는 여전히 먹구름이 껴 있다.

12월 취업자는 3만4000명 증가했고, 지난해 연간으로는 9만7000명 증가했다. 연간 취업자 수는 2017년의 3분의 1수준으로, 2009년 이후 최저다.

11월 전산업생산은 감소세로 전환(0.8→-0.7%, 전월비)됐다.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과 전기‧가스업 등을 중심으로 감소(1.3→-1.7%, 전월비)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금융‧보험과 부동산 등이 줄며 감소(0.6→-0.2%, 전월비)로 흐름이 바뀌었다.

11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줄며 감소(2.2→-5.1%, 전월비)했고, 건설투자는 건축공사 실적이 줄면서 감소세(-1.8→-0.9%, 전월비)가 지속됐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상회한 수출은 12ᅟᅯᆯ 한달만 놓고 보면 전년동월대비 1.2% 감소했다.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속보치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7.5% 줄었고, 반도체는 27.2%나 감소했다.

그나마 소비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11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내구재와 비내구재 판매가 늘며 전월(0.2%, 전월비)보다 증가폭이 확대(0.5%, 전월비)됐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11월까지 8개월째,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째 각각 하락했다.

기재부는 “적극적 재정운용, 양호한 수출‧소비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 금리인상 가능성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대책 및 저소득층‧자영업자 지원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경제 역동성‧포용성 강화를 위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속도감있게 집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