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경제 입법] 세수 부족·巨野 딴지에…유산취득세 논의 공전 우려

2025-01-07 05:00
기재부, 경방에 유산취득세 전환·인적공제 상향 포함
지난해 상증세 최고세율 인하·과표구간 상향 통과 불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올해 상속세 과세 방식을 기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수년째 세수 결손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면 관련 세입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 논란에 야당도 쉽게 동의해줄 분위기가 아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 상속세 과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고 인적공제를 상향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존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상속 재산을 대상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존재하는 24개국 가운데 한국 등 4개국만 채택하고 있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과세표준이 쪼개지는 만큼 세수 확보에 불리하지만 기존 상속세보다 세 부담이 경감되고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 사령탑인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때부터 유산취득세 전환에 공을 들여왔다.

전문가들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주장한다.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해 한국세법학회 주관 전문가 토론에서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제는 응능부담 원칙(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부의 분산을 촉진하고 인적공제 효과가 직접 귀속되는 장점이 있는 만큼 유산취득세 전환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도입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2년 넘게 세수 펑크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세금이 덜 걷히는 유산취득세로 당장 전환하는 건 성급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도 부자 세금을 깎아준다는 비판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상속·증여세제 근간을 완전히 뒤흔드는 데 따른 부담이 있다. 정부가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담은 상속·증여세율 조정 방안조차 결과적으로 국회 문턱을 못 넘었다.  

당시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50%)이 적용되는 30억원 초과 구간을 없애고 10억원 초과 구간에 4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했다. 최저세율 10%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정부안도 자동 폐기됐다.

기재부는 상속·증여세율 변경과 유산취득세 도입을 별도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산취득세 도입은 세율과 별개라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관련 검토를 진행한 뒤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도 인적공제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원에서 8억원, 배우자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상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