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국제레이더] 김용 세계은행 총재 사임 .. 트럼프 차기 총재 임명 쉽잖을 듯
2019-01-10 09:18
김 총재 사임으로 세계은행 수장을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분열 가속화- WSJ
김용(59, Jim Yong Kim)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 7일 (현지시간) 임기를 3년 5개월이나 남기고 사임을 발표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인 미국은 차기 총재 임명의 키를 쥐고 있다. 하지만 국제금융기구 수장 선출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미국이 지명한 후보가 반드시 차기 총재에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세계은행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등 국제기구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며 여러 차례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국제 협력과 자유 무역을 주창하던 미국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국제기구와 제도가 이젠 그들에게 불이익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은행은 1945년 전후 유럽 재건과 개발도상국 경제 개발을 위해 유엔 산하에 설립된 기구로 미국이 최대 주주이다. 회원국 총지분(투표권) 중 85% 이상 찬성해야 총재가 될 수 있는데, 미국은 16%를 보유하고 있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인이 어김없이 맡아왔다. 국제 민간 구호단체들은 미국과 유럽이 세계 금융 기구의 수장 자리를 '밀실 거래'하고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인 영향력을 넓히려는 관행이 이젠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기 총재 선임의 최종 결정은 189개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세계은행 이사회의 몫이다. 만약 총재 지명권을 가진 트럼프가 대중 강경파 인물을 선택한다면 미.중 갈등에 새로운 변수가 생기고 회원국들의 우려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보호 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신흥국들의 반발이 거세지면 임명은 불발 될 수 있다.
이미 지난 2012년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총재가 선출될 당시부터 미국이 총재 임명권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 시키려는 의도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한 김용 총재는 개도국들이 내세운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및 콜롬비아 출신 교수와 경선을 벌인 바 있다. 미국이 지명한 후보자가 경쟁을 거친 건 세계은행 역사상 이 때가 처음이다.
그동안 표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였던 김용 총재의 중도 사퇴에 대해
각종 추측만 무성하다. 그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석탄 전력 투자액을 크게 줄이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빚은 게 아니냐는 애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다음 달 1일 세계 각지의 인프라에 투자하는 민간 투자사인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로 옮긴다. 그의 퇴진 후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임시로 총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고 세계은행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