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여가도 콘셉팅 시대…워라밸이 진화한다
2019-01-09 17:42
“주말에 뭐 했어요?” 직원들에게 늘 던지는 화두다. 집에서 그냥 쉬었다, 피트니스에서 운동했다, 영화관람했다는 등 왠지 싱거운 답변들이 이어진다. “좀 놀러 다니고 그래. 젊은 나이에 그게 뭐야?” 꼰대 같은 내 질타에 20대 직원들은 “그럴 여유가 어딨어요?”라고 응수한다. 가벼운 대화지만 괜히 착잡했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국민들의 여가 시간이 늘면서 국내 레저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경기 불황의 여파로 소비 심리는 크게 위축되어 있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레저·관광 산업 경쟁력의 취약성은 2600만명의 수요층을 해외 관광 시장에 고스란히 빼앗기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 전문가들에 의하면 올해의 경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북한의 개방화란 이슈가 있지만 하루하루 살기 바쁜 소시민들에게 당장의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올해는 청년 직원들에게서 “그럴 여유가 없다”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듣고픈 욕심이 든다.
올해 나의 미션 역시 여가 소비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보는 것이다. 블로그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보면 요즘 현대인들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소비·활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는 여행지가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어떤 이유로 떠날지가 여행의 주요 가치가 됐으며, 여행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는지도 중요해졌다. 요즘 TV에서 테마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 같은 트렌드에 편승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준비된 공간에서 주어진 시설을 소비하는 일차원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여가 콘셉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단순한 등산이라도 산에 얽힌 스토리를 쫓거나 혹은 지리적 특성이나 서식 생물, 등산의 건강 효과 등을 주제로 삼는다면, 이는 희소성 높은 ‘여가 콘텐츠’가 된다. 외식을 할 때도 식사만 하지 말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가공해 공유하거나, 혹은 인테리어가 독특한 식당을 소개하는 것도 훌륭한 여가 콘텐츠가 된다. 즉,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어도 자신만의 감성을 적용한 콘셉트로 가치 있는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여가는 우리 삶에 생각보다 많은 긍정적 효과를 낸다. 리프레시(원기 회복)는 기본이며 창의력 향상, 관점의 다양화, 전략적 사고 증진, 일과 삶의 밸런스(Work-life balance·워라밸)를 맞춰준다. 하지만 여가의 가장 큰 효과는 스스로 주도적인 활동을 통해 삶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을 두고 단순 일과 휴식의 이분법적 구조로 오해하는데,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통해 직장과 가정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일차원적인 단순 여가를 나만의 콘셉팅을 통해 양질의 시간으로 변화시킨다면, 워라밸 또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우리나라 레저시장 규모는 연간 7%씩 성장세다. 올해는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거대한 시장에 개개인의 여가 콘셉팅이 자리잡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지역 경제와 문화 콘텐츠를 성장시킬 것이다. 이를 실현할 마중물은 레저문화산업 관계자들이다. 대중이 가치 있는 여가 콘셉팅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레저문화 콘텐츠 발굴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