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경차, 국내 시장서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2019-01-08 07:12
국내 시장에서 경차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경차는 한국GM의 스파크, 기아자동차의 모닝·레이 등이 있다.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문제지만 모델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과 차량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 것도 판매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경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7% 정도다. 경차는 다른 차종의 신차 개발에 비해 그 기간이 길고 수익도 적어 투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에서도 경차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이 없고 경차 주도의 판매 의지도 없어 경차가 국내 시장에서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일생 동안 4~5대의 차량을 구입한다고 본다면 보통 경차를 첫 차로 선택해 점차 그 크기를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준중형 이상으로 첫 차를 시작하다 보니 아예 경차가 무시되는 경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큰 차가 더욱 안전하다는 대중의 인식과 함께 소비자를 유혹하는 다양한 신차가 쏟아지다 보니 큰 차로 첫 차를 시작하는 경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차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경차는 작은 차량으로 연비가 좋을 뿐 아니라 구입비도 낮다. 또한 기동성은 물론 부족한 국내 주차장 상황에서 주차 문제가 적을 뿐 아니라 에코 드라이브를 통한 연비 개선과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같은 유해 가스 배출 감소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의 약 97%를 수입하고 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당연히 에너지 절약은 우리가 미리부터 갖춰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무리하게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 전에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면 지금보다 20~30%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그라지고 있지만 2008년 도입된 친환경 경제운전인 에코 드라이브의 경우 작은 경차로 이행한다면 더욱 효과도 크고 여러 일선의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4180여명에 달해 OECD 평균의 3배에 이르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경차에 대한 다양 혜택을 주고 있지만 그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소비자가 체감하는 정도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경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고 정부의 관심사에서도 빠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동조해 경차 개발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시장이 고비용 저생산으로 굳어지고 강성노조로 인한 운신의 폭이 워낙 좁다 보니 업체들은 수익이 극히 적은 경차 개발이나 생산을 더욱 멀리하고 있다.
일본의 경차 판매율은 전체 시장 점유율의 약 37%다. 3대 중 1대가 경차라는 뜻이다. 그것도 우리와 같이 1000cc 미만이 아니라 600cc 미만이다. 그럼에도 약 40종에 이르는 경차가 치열한 경쟁 속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에선 경차를 튜닝하고 나만의 특화된 경차를 운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럽 역시 평균 50%가 경차일 뿐 아니라 이탈리아는 약 60%에 이른다.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경차 우대 방향으로 세우고 시작점을 달리해야 한다. 경차 우대책을 다시 만들고 업체가 경차를 개발·판매할 경우 세제 혜택 등 필요한 지원을 시작부터 해주면 된다.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진정한 미래를 보는 자동차 정책이 요구된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경차는 활성화될 수 있다. 국민들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면 경차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고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경차 천국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 개선은 물론 교통사고 감소라는 ‘일거삼득’ 이상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결국 정부의 의지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