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청나라 초기의 기인화가 '팔대산인'을 닮은 서예가- 문인화가 박황재형
2018-12-31 13:26
'葛藤을 넘어 相生으로'를 쓴, 지월당(止越堂) 박황재형(1962- ) : 최근 그는 고양이와 개, 닭, 돼지, 까마귀, 부엉이 등 일상에서 친근한 동물을 자주 그린다. 두툼하거나 야윈 붓끝이 지나가면서 우연히 생긴 것 같은 동물들은, 그러나 사람처럼 저마다 표정과 마음과 눈빛과 동작을 지닌다. 찰나의 그 미묘한 욕망과 갈증과 호기심과 공격성까지 여지없이 드러난다. 청나라 초기, 망한 왕조인 명나라 사람임을 자부하던 기인(奇人)화가 팔대산인의 천재끼를 느끼는 건 표현의 교묘함 뿐만이 아니라 여백과 먹(墨)이 드러낸 동물들의 다채로은 내면(內面)이 사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들은, 고독한 훈련과 꾹꾹 눌려 쌓인 내공 속에서 드러내는 자아의 대리물일지 모른다.
그는 강원도 깊은 산속 구룡령계곡에 십여년 은거하며 빼어난 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의 오브제는 종이 뿐 아니라, 돌을 갈고 깎는 석재나 목각을 넘나들며, 그가 표현하는 것들은 눈앞에 펼쳐진 이 나라의 진경산수를 개성적으로 재구성한다. 깊이 스토리를 감추는 산수화도 인상적이지만, 여운이 있는 화조도도 눈을 잡는다. 서화동원(書畵同源)의 신념에서 뿜어내는, 그림같은 글씨(예서와 전서, 그 이전의 고서(古書)까지 어깨에 익힌 서예) 또한 독특한 경지를 창출해내고 있다. 2018년 '돈오돈오'라는 평론집을 냈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