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 경쟁원년...우리 전략은?

2019-01-01 17:08
-국민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확산
-미국, 일본, 유럽, 홍콩 중심으로 블록체인 주도권 격화 전망
-블록체인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절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9년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확산의 원년(元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금융권, 스타트업 중심에서 비금융권, 대기업, 정부·지자체로 확대되면서 눈에 보이는 서비스가 가시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까지 블록체인 기술 개발 분야에 총 2300억원을 투입해 공공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부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불투명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 2030년 블록체인 시장 3433조원 전망...ICT 업계 실생활 접목 서비스 준비

미국의 IT(정보기술)컨설팅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블록체인 시장은 2025년 1760억 달러(약 195조원), 2030년 3조1000억 달러(약 343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까지 블록체인 분야에서 창출될 신규 일자리도 17만5000개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이처럼 유망한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해 다양한 실생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암호화된 신분증명 체계를 구축하고 간편한 인증만으로 서명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을 올해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미국 TBCA소프트, 일본 소프트뱅크, 대만 파이스톤 등 글로벌 통신사와 손을 잡고 블록체인 기반 해외결제 서비스를 올해 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일찌감치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주요 SI(시스템통합) 업체들도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SDS는 금융·제조·물류·공공 등의 분야에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적용해 운영하고 있으며, SK㈜ C&C도 블록체인 기반 국제송금결제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에 자체 개발 암호화폐 '링크'를 도입,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도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를 중심으로 지식공유, 토큰의 보관 전송 등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체화 한다.
 

 


◆ 정부, 2022년까지 인재 1만여명 육성

정부 역시 공공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시범사업을 추진,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 로드맵을 세우고, 공공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소고기 이력관리 △개인통관 △부동산거래 △온라인투표 △국가간전자문서 유통 △해운물류 등 6대 시범사업을 꼽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6대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다년도 지원을 통한 상용서비스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향후 2022년까지 50건의 사업에 300억원을 지원하고, 16건의 기간 프로젝트에 320억원을 투입한다. 블록체인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2022년까지 438억원을 지원해 현재 600여명인 블록체인 전문 인력을 1만여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 미국·일본·유럽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

다만 정부의 블록체인 육성 정책에서도 암호화폐 대책은 빠지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암호화폐를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이라고 정의하는 동시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사업자들이 달러 호환 등이 가능한 암호화폐 지갑을 활용해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일본도 2017년 4월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정의했고, 거래소에 대해 등록제를 적용, 관리하고 있다. 홍콩은 2017년 11월 암호화폐 자산 투자 관리를 감독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구체화했으며, 싱가포르도 2016년 6월 금융당국의 제도화 시도 이래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했다.

EU의 중심인 프랑스 하원은 2017년 9월 ICO(암호화폐 공개)에 대한 법적 프레임을 규정하는 입법안을 승인해 이목을 끌었다. 스위스도 2018년 2월 금융시장감독위원회인 FINMA에서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등록제를 통해 허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소관부처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으면서 ICO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나오지 못한 상태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블록체인 특허출원은 미국 497건, 중국 472건, 한국 99건으로 주요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고 있으며, 국내 에너지 블록체인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도 단 2건에 불과하다.

신용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블록체인 기술·산업 활성화와 암호화폐 건전성 강화를 위해 중앙집권적 사회구조를 전제하는 현행 법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며 "자금세탁방지, 거래소 투명성 제고 및 투자자 보호, ICO 허용 여부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