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 전기차시장 향한 두번째 출사표 성공할까

2018-12-26 10:43
韓 배터리 3사, 보조금 폐지 선제대응 나서
올해 6.5조 뭉칫돈 투자, 반등 기대감 고조
中기업 경쟁력 제고, 당국 딴지걸기 우려도

[그래픽=이재호 기자]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향해 두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시장 진입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중국의 보조금 지급 정책은 오는 2020년 공식 폐지된다.

올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6조5000억원의 뭉칫돈을 투자한 것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보조금 정책이 유지된 지난 4년간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졌다.

중국 특유의 자국 기업 밀어주기 관행이 다른 형태로 표출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 역시 주목할 만한 변수다.

◆다시 시작된 中 투자 러시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 3사가 올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400억 위안(약 6조5000억원)을 웃돈다.

지난 7월 LG화학은 2조1000억원을 투입해 장쑤성 난징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앞서 4월에는 중국 화유(華友)코발트와 배터리 소재인 전구체·양극재 생산법인을 합작 설립했다. LG화학의 투자 금액은 2400억원 안팎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삼성SDI가 산시성 시안에 1조7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삼성 측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톈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증설을 위해 90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추가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부터 장쑤성 창저우에 새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투자 규모는 8000억원 정도다.

이밖에 배터리 분리막(양극재와 음극재를 나누는 막) 제조 공장 설립에 4000억원,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 제조사 왓슨의 지분 매입에 27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2020년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중단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통 큰 투자의 배경이다.

중국은 2015년 3월 보조금 정책을 도입했다. 당국의 기준을 통과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그 기준이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의적으로 느껴진다는 게 문제다. 독일의 BMW 본사 기준을 충족한 삼성SDI의 배터리가 중국에서 외면을 받는 식이다.

보조금 지급이 자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수단이라는 외부의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여기에 2016년 하반기부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는 보조급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사업부문은 적자 경영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기대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뒤 사드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추세다.

지난 5월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모델이 당국의 '형식 승인'을 취득했다. 보조금 지급 전 단계에 해당한다.

이보다 앞서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배터리 부문 '화이트리스트' 예비명단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포함됐다.

화이트리스트는 친환경 배터리 모범 업체 명단이다. 조만간 중국 내 전기차에 한국산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납품 계약 체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내년에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보조금 정책 일몰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업체는 무섭게 덩치를 불려 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파는 기업은 미국 테슬라가 아니라 중국 비야디(BYD)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7만5800대로 테슬라(7만684대)를 앞섰다.

베이치와 지리 등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들도 비야디를 맹추격 중이다.

배터리의 경우도 중국 CATL이 18.5%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1~2위를 다투던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하락세다.

중국은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입관세를 최대 4%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자국의 배터리 생산 능력과 기술 경쟁력이 강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관련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먀오위(苗圩) 부장(장관)은 최근 CATL 사업장을 시찰하며 기술 혁신 현황을 확인하고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CATL 본사가 소재한 푸젠성 닝더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서기로 근무했던 지역이다.

보조금 정책이 없더라도 중국의 자국 기업 밀어주기 관행은 유지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의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사라지고 보조금 정책이 중단된다고 해서 중국 시장 공략이 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무역전쟁 등 외부 압력이 중국 내 빗장을 걷어내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