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일 北에 대화 손짓…내년초 2차 북미정상회담 기대감

2018-12-23 14:21
비건 "북미대화재개시 北과 2차정상회담 구체논의 가능"
펜스, 북한 인권유린 연설 취소…"협상 모멘텀 이으려 상황 관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8.12.21 [청와대 제공]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미국이 잇따라 북한에 대화 의지를 발신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새해 들어 오래지 않아 열리기를 바란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주 북한 인권유린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고 미국 ABC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북 강경론자'인 펜스 부통령이 연설을 취소한 것은 북미 간 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행보는 최대한 자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내년 1월 1일 발표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부터 3박4일간 방한했던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제재 유지’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협력 등을 제재 예외로 인정하는 등 북한을 향해 ‘작심한 듯’ 대북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남북협력· 교류를 지렛대 삼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접점을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부터 “(미국 국민들이)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북한을 여행하는 부분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며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미신뢰 구축을 위한 여러가지를 탐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방한 중 북측 접촉과는 상관없이 판문점을 찾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남측) 기차가 북한 쪽으로 출발하는 것을 보며 매우 설렜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비건 대표는 또 21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가진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도 인도적 지원 문제 자체는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지원하는 것에 합의했다.

아울러 26일 예정된 철도·도로연결 착공식, 남북 공동유해발굴 등에 대해 제재 예외를 인정했다.

이처럼 미국이 남북 교류·협력과 대북 인도지원에 전향적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관계-비핵화'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겠다는 정부 구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화상상봉과 (남북협력 관련)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 모두 다 이야기했다”며 “다음 해에 가서 계속 협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항공로 신설 등을 논의 중이다. 이들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 간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대로 1년 3개월이 넘도록 집행이 보류되고 있는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인도적 지원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애초 요구해온 것은 대북 제재 해제였다는 점에서, 미국이 내민 손길을 선뜻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은 내년 초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과 물밑접촉을 시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지난 21일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 파트너와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기를 열망한다"면서 "그(후속 북미대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다가올 정상회담에 대한 일부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수용가능한 결과에 이르기 위해 북한과 노력할 것"이라면서 북미 간 신뢰구축 조처도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해 향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이 고려하는 ‘신뢰 구축 조처’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폭스 뉴스> 인터뷰 때 언급한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경제시찰단 방문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