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추락에 증권사는 웃는다
2018-12-19 18:42
삼성전자 주식 거래대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가가 지지선을 잃은 채 떨어져도 개인투자자는 '싸다'는 생각에 매수를 늘리고 있다. 낮아지는 증권가 목표주가를 감안하면 증권사만 돈을 벌 공산이 커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4만1850원에서 3만8900원으로 7.05% 하락했다. 주가는 14일 액면분할 이후 처음 4만원 아래로 밀렸다. 올해 5월 실시한 액면분할 기준가는 5만3000원으로, 주가는 한 차례도 이를 못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는 이번 주가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로 개인은 최근 1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1892만주가량 순매수했다. 반대로 외국인은 약 1926만주를 팔아치웠다. 기관은 152만주 남짓 사들인 채 사실상 지켜보기만 했다.
주가가 싸졌다는 생각도 착시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액면분할 이전으로 환산한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여전히 200만원에 가깝다.
주요 증권사는 실적 감소를 경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급 악화로 이번 4분기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줄곧 고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D램 가격이 과잉공급으로 하락세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큰 고객사는 메모리 구매를 늦추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PC 판매도 부진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거시지표 전망이 나빠졌다"며 "서버 수요 둔화로 4분기와 내년 1분기 반도체 주문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그는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23.1% 감소한 13조5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증권사가 이런 이유로 목표주가를 내리고는 있지만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로 제시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주식거래가 증가하면 수수료 수익도 늘어난다.
삼성전자 주식 거래량은 12월 들어 전날까지 하루 평균 약 1424만주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52% 넘게 증가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으로 계산해도 같은 기간 4565억원에서 5552억원으로 22% 가까이 늘었다. 주가가 빠지는 바람에 거래량 증가율에는 못 미쳤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거래대금 증가는 시장지표를 왜곡할 수도 있다. 지수가 뒷걸음치는데도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늘어났다. 거래대금은 12월 들어 전날까지 하루 평균 8조5419억원으로 11월보다 1.39% 증가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같은 기간 각각 1.66%, 5.19% 내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가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면서 주가 하락에도 거래대금은 더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