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기다. 취임 초부터 1년 넘게 역대급 수치를 보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데드 크로스'(Dead cross) 그림자도 여권 전체를 휘감고 있다.

주식시장 용어인 '데드 크로스'란 주가의 단기(50일) 이동평균선이 장기(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뚫고 가는 현상을 말한다. 장기 약세장의 신호인 셈이다. 정치권, 특히 여론조사에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를 때 쓰인다. 

◆지지율 데드 크로스, 레임덕 전조증상

정치권에서도 '데드 크로스'는 위기의 신호다.​ 지난 14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2월 둘째 주(지난 11∼13일까지 조사)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국정 지지율)를 보자.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5%였다. 부정평가는 44%로 집계됐다. 양자의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선다고 단언하기 힘들 만큼 박빙이다.

꼬박 2개월 전인 10월 둘째 주 문 대통령의 긍정평가(65%)와 부정평가(25%) 격차는 40%에 달했다. 양자의 격차는 두 달 사이 39%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취임 1년 차인 올해 5월 첫째 주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3%로, 역대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10%에 불과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문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는 '87년 체제' 이후 출범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단연 '군계일학'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차 지지율은 △제13대 노태우 전 대통령 45%(1989년 1월) △제14대 김영삼(YS) 전 대통령 55%(1994년 1월) △제15대 김대중(DJ) 전 대통령 60%(1999년 3월)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25%(2004년 3월) △제17대 전 이명박(MB) 대통령 34%(2009년 2월) △제18대 박근혜 전 대통령 56%(2014년 2월) 등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후 7개월 동안 수직 하강했다. 이 기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 토막 나고 부정평가는 4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 실정의 영향이 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개혁으로 정점을 찍고 경제로 급락한 'YS와 판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청 지지율 보면 '레임덕 시기'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벌써 레임덕(권력누수)이 온 것 아닌가 걱정이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정치권에선 레임덕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절름발이 오리'란 뜻을 가진 레임덕은 임기 말 대통령 등 정치지도자의 힘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기지만 레임덕은 아니다.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반밖에 안 됐다. 아직 3년 반이나 남았다. 현 지지율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지지율 선행지표인 '추세'다. 수치는 높지만, 추세는 하향 곡선이다. 조만간 '데드 크로스'가 일어난다면, 하락에 따른 '탄력성 회복'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레임덕을 판단할 수 있을까. 있다. 1차 판단 지표는 '당·청 지지율'이다. 한때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청 지지율이 교차한 이후 찾아온 레임덕을 막지 못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역전 현상은 2016년 4·13 총선 전에 발생했다. '한국갤럽'이 2016년 3월 22∼24일까지 조사한 결과(발표 25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새누리당 지지율(39%)보다 낮았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제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이후 그해 10월 첫째 주 29%로 떨어진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3주 만에 17%로 급락했다. 11월 첫째 주에는 5%까지 하락했다. 새누리당은 같은 시기 18%로, 박 전 대통령 하락 속도보다 느렸다.

2차 판단지표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진영의 지지율 40%대 유지' 여부다. '한국갤럽'의 12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39%)과 정의당(9%) 지지율 합은 45%였다.

이는 문 대통령(41.1%)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6.2%)이 지난 대선에서 기록한 득표율과 비슷하다. 두 정당의 지지율 40% 선이 무너지는 순간, 범진보 지지층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