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에 활력을-기고] 청년이 다시 찾는 산업단지가 되려면

2018-12-17 08:03
조성태 한국산업단지공단 산단혁신본부장

시화국가산업단지 전경.[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필자는 20대인 1986년부터 경기 안산에 소재한 현재 안산스마트허브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반월국가산업단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중소기업 전문단지인 이곳은 젊은 청년이 넘쳐나는 삶의 터전이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옛 모습 그대로 늙어가고 있다. 주차공간이 절대 부족해 단지 전체가 거대한 불법 주차장화 되어 있고 출퇴근 교통 정체도 극심하다. 지원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고 낡은데다 특히 청년들이 좋아하는 문화시설, 운동시설 등 여가공간은 찾기가 어렵다.
 

[조성태 한국산업단지공단 산단혁신본부장.]

전통 제조업 중심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산업단지들이 이제 청년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안타까운 곳으로 변화된 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일자리’만 있으면 청년이 몰려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청년들이 요구하는 삶의 질과 일터에 대한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산업단지의 변화 속도는 청년들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인 산업단지가 청년에게 외면받기 시작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을 포함해서 우수한 인력이 다시 산업단지로 찾아온다면 우리 기업은 조금 비싼 인건비를 부담하더라도 해외 투자보다는 기꺼이 국내 투자를 늘릴 것이다.

그나마 최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 잇따라 올라왔다. 노후 산업단지의 환경개선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5138억원이 새해 정부예산으로 확정된 것이다. 올해 2711억원보다 2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또 스마트공장 보급과 스마트산업단지 추진을 위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예산으로 1조2086억원이 배정됐다. 스마트 산업단지로의 혁신이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의 핵심이라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을 노후 산업단지를 청년 친화형 산업단지로 혁신하기 위해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6개 청년 친화형 선도 산업단지를 선정했고, 올해 12월 중으로 7개 내외 산업단지를 추가 지정해 산업단지의 혁신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우선 노후 산업단지에 투자되는 자금인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의 정부 출자 규모를 올해 1500억원에서 내년 25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 펀드를 마중물로 1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치해 노후 산업단지의 환경개선을 촉진할 계획이다. 문화·복지·주거시설 등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신산업 유치와 창업을 위한 공간을 대폭 확대한다.

현재 산업단지는 주력산업 침체와 공장 해외이전 등으로 휴·폐업 공장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산업단지 내 휴·폐업 공장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400억원을 새로 투입한다. 이들 공장을 창업기업을 위한 공공 임대형 공장, 편의시설 등이 복합된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낡고 녹슬어버린 생산시설이 기술창업의 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 청년들이 산업단지에서 문화·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는 소규모 복합문화센터 건립도 추진된다. 여기에는 13개 산업단지에 350억원이 새로 투입된다. 산업단지 지원기관들이 한 곳으로 입주하는 혁신지원센터도 2곳이 확충되고, 산업단지의 노후화된 거리를 활력있고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30억원도 투입된다.

1897년 세계 최초로 조성된 산업단지이자, 전 세계에 산업단지 개발 붐을 일으킨 영국 맨체스터 트래포트파크(Trafford Park). 하지만 1960년대부터 쇠락을 거듭하다 1987년부터 부활 프로젝트로 이후 전 세계의 산업단지 변신의 전범이 됐다.

이른바 ‘제조업의 쇠락’이 새로운 산업단지의 탄생을 앞당긴 것이다. 첨단기술과 함께 무엇보다 문화가 숨쉬고 나아가 미래를 향한 창조산업이라는 세 가지 분야에 가치를 부여한 이른바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융복합 산업단지’로서 산업단지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어 나간 것이다.

청년들이 다시 찾는 우리 산업단지를 향해 지속가능하면서도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융복합 산업단지’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새해 정부의 재정투자가 최대 규모로 확충됐다. 이번 예산이 창업과 신산업 창출의 전진기지이자, 청년들이 다시 찾는 산업단지로 변신하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산업단지의 근무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소기의 성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