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美·中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캐나다
2018-12-11 00:00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為)의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가 체포되자, 중국은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멍완저우 CFO의 이번 체포는 미국이 올해 벌여온 화웨이의 미국 제재 위반 혐의 수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미국보다 캐나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의 불똥이 캐나다로 튄 것이다.
지난 5일 캐나다 사법당국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기업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이자 CFO인 멍완저우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법무부는 멍완저우 CFO를 “미국이 인도를 요구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이란에 대한 미국의 거래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밴쿠버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체포 소식을 접한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8일 존 매컬럼 주중 캐나다 대사를 초치해 멍완저우 CFO의 즉각 석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드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러위청 부부장은 “그에 대한 모든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멍 CFO의 체포에 대해 “매우 악랄한 행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의 이런 반응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이 캐나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에 대한 경고를 자제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시 주석과의 만찬을 앞두고 멍완저우 CFO의 체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무역갈등 해소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포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SCMP와 FT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진행을 위해 멍완저우 CFO의 체포 책임을 서로 캐나다에 미루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