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김정은 초유의 게임…'답방'의 8가지 모험과 8가지 기회
2018-12-05 03:31
[빈섬 이상국의 '편집의눈']소설 '답방' 속의 피격과 폭파 현장…가상 테러의 주모자는 누구
# 소설 '답방' 속에 묘사된, 섬뜩한 시나리오
◆ 코엑스 저격사건
11시경 코엑스 참관을 마친 대통령과 김위원장은 환하게 담소하며 건물 정문 밖으로 걸어나왔다. 송 특보도 김희망 국장과 나란히 나오면서 무심코 맞은편 건물 위 쾌청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데 옥상의 웅크린 듯한 검은 물체에서 햇빛을 받은 금속이 반짝거렸다.
총소리가 송특보의 직감과 한치 오차도 없이 터져 나왔다.
"저격이다! 엎드려라!"
송승엽 '소설' 답방은 회동중인 남북 정상을 향한 총격장면을 저렇게 묘사했다. 소설 속에서는, 5발의 총알이 날아왔고 다행히 대통령과 김위원장은 경호원들의 활약으로 무사히 피신한다. 하지만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기하던 김위원장 전용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3시간 늦게 이륙해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전용기가 막 휴전선을 넘어 황해남도 해주 4군단 지역 영공으로 진입했을 때였다. 어디선가 미사일 한 발이 날아와 정확하게 전용기를 명중시켜 버렸다. 전용기는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나 잔해들이 떨어졌다. 마침 이 장면을 잡은 한국의 한 방송사가 이를 방영하면서 한국사회는 물론 전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김위원장은 폭파된 1호 전용기를 타지 않았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저격을 모면한 그는 성남비행장으로 이동하면서 평양의 이철성 통전부장을 전화로 연결하여전국 비상경계령을 선포하고 비밀정보망을 풀가동한다. 이후 그는 남쪽 대통령 및 국정원장과 긴급협의를 한 뒤에 한국측이 제공한 방탄차량을 타고 육로로 평양에 먼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비록 '소설공간'이긴 하지만, 섬뜩하고 리얼한 느낌을 주는 이 두 개의 사건은 국내 정보기관 출신 작가의 경륜에 바탕한 의미심장한 경고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답방'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반대하는 이는 누구인가
첫번째 일어난 저격사건의 범인은 한국의 한 정당의 대표였으며, 그는 국내 반통일세력을 규합하여 북한내 반김정은 세력과 결탁하여 남북한 정권의 동시전복을 노리고 범행을 감행했다. 두번째 일어난 폭파사건의 범인은 김정은 권력의 핵심보좌였던 보위상과 인민무력상으로 밝혀진다. 김정은이 '답방'을 하는 동안 북한 10군단은 군내의 '반발세력'들을 규합해 쿠데타를 기도하기도 한다. 소설은 남북한 내부에 있는 '분단체제 기득권의 저항'에 주목한다.
이 10군단장과 일부 군부 불만세력의 대화를 잠깐 들어보자.
"예전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며 잘 돌아가고 있슴메. 위원장 동무가 판문점에서 남조선 괴뢰와 평화선언을 할 때만 해도 국제사회 제재에서 남조선을 떼어내 미국과 동맹을 깰 뿐 아니라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여 그러려니 했디요...(그런데) 비무장지대에 남북한 연합 한의학 연구소와 국제요양원을 만들겠다 하지 않았슴메?"
"그건 아무것도 아님메. 전에는 '핵무기만이 살 길이다'고 윽박지르며 개발하게 하고 이제 와선 '미치광이' '늙은 정신병자'라던 트럼프에게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하지 않슴메? 우리 군이 억케 만든 핵무기인데 그렇게 간단히 없앤다는 것임까? 아예 우리 군대를 발가벗기고 북쪽 땅을 몽땅 미제와 남조선에 바칠 기세입네다. 또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인가 하는 거를 맺으면 비무장지대의 지뢰와 무기를 제거하고 병력도 모두 철수하게 될텐데 그리되면 휴전선 일대에 있는 많은 병사들은 다 억케 하라는 말이요? 우리 같은 나이든 장령들은 아예 죽으라는 말임메?"
"위원장 동지가 완전 변했슴메. 미국의 이전 대통령이 외국과 체결했던 협정을 헌신짝처럼 파기하고 자기가 한 말도 순식간에 뒤집어버리는 트럼프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이며, 한번 힘에 밀려 양보하면 제2,제3의 요구를 해오게 된다는 걸 어째 모르는지 정말 답답함메."
"지금 위원장 동지가 선군정치의 상징이었던 국방위원회를 없애고 국무위원회를 만든 뒤 우리 군을 완전 무시하고 있슴메. 그간 밖에서 잘먹고 지내던 외교관 놈들이나 외화벌이 일꾼 놈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줄행랑질 놨어도 우리 군이 지켜줘서 지금까지 왔는데 그걸 고마운 줄 모르고 있단 말임메."
이런 대화들이 리얼하게 오간다. 소설은 묻는다. 누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못마땅해하며 누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반발하는지? 그것은 중국과 일본, 혹은 미국까지 포함해 이웃 국가들의 손익계산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남한과 북한 내부의 '분단 기득권자'들이며, 한반도의 체제 변화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현존 권력'들이라고 암묵적으로 주장한다.
# 남북관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실제 경고
이런 얘기가 소설 속의 얘기만은 아닌 것이,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최근 "김정은 주변의 고위간부들은 '원수님 내려가시면 안됩니다. 남조선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라면서 열띤 충성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오래 몸담았던 작가가 '답방'과 관련해 가장 개연성 있는 '나쁜 시나리오'를 소설에 담은 까닭은, 현재 북한 권력 주변의 동향을 읽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김위원장이 올해 비핵화를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며 대대적인 국면전환을 시도해왔고 이 과정에서 군부 강경파 등 내부 반발세력을 설득하고 억눌러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4일자 한 신문(중앙일보 정용수기자)은 북한 내에서 신적인 존재인 최고존엄의 이미지가 '태극기 시위 등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면, 권력 핵심참모들은 막판까지 답방을 결사반대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약속한 것과 관련해 "측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김위원장이 (독자적으로) 결심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김정은의 답방, 지금 치열하게 득실 계산중
즉 답방의 최대리스크는, '북한 내의 반발기류를 제대로 사전정리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김정은위원장에게도 하나의 시험대를 통과하는 중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포함해, 언론들이 다양하게 내놓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김정은위원장이 염두에 두고 있을 '답방리스크 8'과, '답방효과 8'을 분석 정리해보자.
◆ 답방리스크 8가지
1. 답방기간 동안 북한 권력내부의 이상기류 가능성과 군 통제력 비상
2. 답방중 신변안전과 관련된 비상사태(개인 경호팀 100여명, 비밀 이동 난점, 서울내 치안(최근 경비 경호업무 전문가인 원경환 인천경찰청장을 서울경찰청장으로 이동))
3.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시위에 따른, 북한 체제내 최고존엄 이미지 치명적 훼손 가능성
4. 국회 연설 등 남쪽 대중연설 리스크(문재인 15만 청중앞 평양연설처럼, 대형 무대와 이벤트 필요한 상황···야당 불참 혹은 모욕적 발언 등 돌발사태 우려)
5. 9월 평양정상회담 때보다 더 진도가 나간 '비핵화 보따리' 고민
6.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내년 '정치적 실력' 누수 가능성
7.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태에서 답방 합의의 가시적 성과 기대난
8. 답방 이후 적절한 성과 못낼 때 북한 내부에서 '수령의 무오류'에 치명상
(직접 나섰으므로, 대남협상파 협상일꾼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상황)
◆ 답방효과 8가지
1. 한국전쟁 이후 남한을 공식방문한 북한 최고권력자 :역사적 이벤트 그 자체로 세계에 보내는 평화메시지, 비핵화 의지, 남북관계 발전의지가 담겨
2.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 이미지 구축 : 지난9월 평양회담 때의 약속 이행으로, 6.12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라고 주장할 명분 확보
3. 미국으로부터 관계정상화와 제재해제 등 유도 가능성
4. 한라산 방문, 고속철 탑승 등 각종 이벤트로 남한내 부정 여론 줄이고 남북경협 구체화
5. '지구촌 마지막 은둔의 권력자'에서 남북 외교적 무대에 정상적으로 서는 지도자로 변신
6.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적인 한 단계 상승 효과
7. 노벨평화상 등 국제여론 움직일 중요한 호재로
8. 북한내 정치체제의 안정성 확인으로 경제개혁 올인 동력 확보
김정은 답방은, 초유의 일인만큼 위험과 기회가 따르는 '게임'의 성격을 지닐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일이 제대로 성사될 경우, 한반도 분단체제의 일대 전환을 부르는 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