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한 청년이 또 살해됐다, 법도 손놓은 6만년 원시섬의 현장

2018-11-29 11:44
[빈섬 이상국의 '편집의눈']벵골만의 노스센티넬 섬 원주민들의 무서운 저항, 대체 왜?

 
 
 


# 젊은 선교사를 죽여 모래에 파묻은 사건

2018년 11월15일, 27살 존 앨런 차우(John Allen Chau)는 낚시꾼 5명과 함께 인도의 노스 센티넬(North Sentinel) 섬에 상륙했습니다.
낚시꾼들을 배에 두고 혼자 뭍으로 올라간 그는, 섬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는 숲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내 이름은 존이예요. 난 당신들을 사랑해요. 하나님도 당신들을 사랑하고요."

그때 화살 하나가 날아와 그가 들고 있던 성경을 뚫었습니다. 화살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니 소년 하나가 시위를 다시 당기고 있었습니다. 차우는 위협을 느껴 뒤돌아서서 다시 배를 타고 급히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존은 죽음이 두려워 하느님 말씀을 전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선교사였습니다. 워싱턴주 밴쿠버 출신이었죠. 이 젊은 선교사는 복음전파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다시 마음을 먹습니다.

존은 3년전인 2015년부터 여러 차례 노스 센티넬 섬으로 와서 상륙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숱한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찾아온 것이었죠. 그는 자신이 섬으로 들어가는 계획을 SNS에 미리 알렸다고 합니다.

이튿날인 15일 존은, 현지 낚시꾼들에게 다시 그 섬으로 데려다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의 손에는 어제 잡은 물고기와 가위와 핀, 축구공이 들려 있었습니다. 원주민들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었죠.

존이 섬에 다시 올랐을 때 부족민들이 나와서 화살을 쏘았습니다. 차우는 화살을 맞은 상태로 주민들에게 다가갔으나 결국 쓰러졌습니다. 부족민들은 그의 주검을 밧줄로 끌어내 모래에 파묻습니다. 이 광경은, 함께 가서 멀찍이 떨어진 배에서 지켜본 낚시꾼들의 증언입니다. 이 낚시꾼들은 이후 인도의 경찰에 의해 체포됩니다.

# 선교사 존이 남긴 글 "하나님, 전 죽고싶지 않답니다"

존은 전날밤 세상에 유서를 쓰듯 글을 남겼습니다.

"전 두렵습니다. 이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니 너무나 아름답군요. 지금 보고있는 이 태양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나는군요. 당신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시겠죠? 하나님, 전 죽고싶지 않답니다. 하지만 저 섬에 가서 주님을 알리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어떻게 그토록 많은 죽음이 있었을까요. 이 일기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랍니다. 만약 마지막이라면, 그건 주님의 영광된 일이겠죠. 주님,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건 주님이 베푼 은혜입니다. 누군가 섬에서 나를 죽이려 한다해도 그들을 용서하소서. 설령 그들이 나를 죽이더라도 말입니다."

이 글을 사후에 전해받은 존의 어머니는 "나의 기도 속에서 아들은 아직 살아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 담겼습니다.

# 인도정부에서도 손 놓은, 벵골만의 원시섬

이젠 노스 센티넬 섬 이야기를 좀 해야겠네요. 21세기 스마트혁명 시대에 무슨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문명과 절연하고 사는 기이한 섬입니다. 이 섬은 인도양 벵골만의 안다만 니코바르 군도의 한 섬이라고 합니다. 인도 본토에서 1200km 떨어져 있으며 60제곱km 쯤 되어 여의도의 스무 배 정도 면적이죠.

이 섬은 1771년 영국 해군 측량사 존 리치에 의해 알려졌으나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죠. 1967년 인도의 어느 신문이 이 섬에 관한 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섬은 좁은 해변이 띠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고 그 안쪽에는 빽빽하게 숲이 우거져 있는 형상입니다.

주민들은 매우 배타적이어서 인도 정부 차원에서도 접촉을 해보려 했는데 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현재 정부는 이 섬 주위 3마일을 배타구역으로 정했죠. 이곳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한 인류학자는 25년간 해변에 선물을 놓고 가는 방법으로 호의를 전달했고 결국 그 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 숫자는 2까지만 셀 줄 아는 부족

섬에는 400명 정도의 원주민이 살고 있으며 생활수준은 신석기시대 정도였다고 합니다. 농업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불을 이용할 줄은 알지만 만들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화살촉은 좌초된 배에서 채취한 철을 이용했고, 숫자는 2까지만 셀 수 있는 정도라고 하네요.

이곳 섬의 주민들이 극도로 배타적으로 된 까닭은, 1880년대의 악몽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 영국 해군이 이곳에 들어가 원주민 몇 명을 육지로 데려갔는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어서 모두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 일 이후, 주민들은 절대로 외부인을 받지 않는다고 하네요.

2004년 인도양 지진 때 이 섬이 피해를 입었는데 인도 정부가 구호물자를 보내려 하자, 주민들은 활을 쏘고 창을 던지며 저항해 전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2006년에도 보트에서 잠을 자다가 섬에 정박하게 된 낚시꾼 2명이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죠.

# 다가오지마, 죽인다!...그들과 동거하는 방법

저공비행으로 관찰하려는 헬기에게도 활을 쏘고 창을 던져서 접근을 막는 맹렬한 주민들. 이들이 외부 문명과 접촉을 끊고 산 것은 무려 6만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지구에 남아있는 6만년의 원시와 가장 아름답게 동거하는 방법은, 그들을 계몽시켜 우리와 같은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 방식의 삶을 살도록 놔두는 것일까요. 신앙을 전하겠다며 생명을 무릅쓰고 진입한 청년의 고귀한 뜻은 마음을 건드리지만, 지구 위의 모든 인간을 '동종(同種)의 삶'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폭력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노스 센티넬 섬 사람들이, 언젠가 옷을 걸치고 하늘에 기도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면, 우리 지구가 좀 더 안심이 될까요.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