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국제유가 급락 제동거나…시장선 2014년 11월 데자뷔 우려
2018-12-03 11:23
6~7일 OPEC+ 회의 감산 여부 촉각…2014년 11월 OPEC 총회 '동결' 충격 재현 우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014년 11월 27일 오스트리아 빈 총회에서 산유량을 동결했다. 같은 해 6월 배럴당 112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4년 만에 최저인 72달러 선으로 추락했을 때다. 5개월 새 낙폭이 35%나 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곧 50달러대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OPEC이 산유량을 줄여 유가를 떠받칠 것이라는 기대도 그만큼 컸다. OPEC의 '배신'은 원유시장에 충격을 줬다. 브렌트유 가격이 이듬해 1월 40달러, 2016년 1월에는 2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국제유가 급락은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 여파로 증시를 비롯한 자본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이른바 'OPEC+(플러스)'의 빈 회의(6~7일)를 앞두고 근심에 찬 투자자들이 2014년 11월 OPEC 총회를 떠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워낙 비슷해서다.
댄 피커링 튜더피커링홀트&코 자산운용 책임자는 "배럴당 50달러에 가까운 유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OPEC이 감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2014년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공포"라고 말했다.
비관적인 전망 속에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데 대한 베팅도 부쩍 늘고 있다. 퀵스트라이크 분석에 따르면 WTI 가격이 배럴당 40달러를 밑돌아야 돈을 버는 옵션 계약 수가 지난달 29일까지 일주일 새 2배 늘었다.
OPEC이 2014년 11월 산유량 동결을 결정한 것도 미국 셰일업계에 대한 견제구였다. 감산에 따른 유가 반등이 오히려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을 부추겨 국제 원유시장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국제유가 급락세가 거센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OPEC+ 회의에서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마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OPEC+의 감산 합의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푸틴은 전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난 뒤 가진 회견에서 "(감산) 규모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없다"면서도 "사우디와 합의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OPEC+의 2016년 말 감산 합의 시한이 올해 말 이후로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에너지장관도 이날 감산 합의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낙관론을 반기면서도 2014년 11월 OPEC 총회의 충격을 여전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연료비 부담이 줄어 전반적인 소비에 힘이 실린다. 미국처럼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나라는 성장 탄력을 받기 쉽다. 인플레이션 압력 또한 낮아지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위협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유가 급락세가 더 지속되는 데 따른 역풍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배럴당 50달러 선이 심리적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그 배경과 영향을 놓고 경기 비관론이 급격히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밑돌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시장에도 파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업체들이 정크본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정크본드시장의 악재는 위험자산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