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이웅열 회장 퇴임…‘4세 경영’ 급물살

2018-11-29 07:24
-이웅열 코오롱 회장직 사퇴…"창업의 길 갈 것"
-코오롱, 이규호 전무 '4세 경영' 한발짝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실질적 후견인 역할

(주)코오롱 대표이사 유석진 사장(왼쪽),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COO 이규호 전무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코오롱그룹이 조직 재정비 작업을 단행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내년부터 퇴임을 공식화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주요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 위원회’를 신설해 조직 내 핵심 역량을 응집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그룹을 이끌어갈 경영수업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후견인 역할을 할 인물로는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이 낙점됐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직 사퇴··· "창업의 길 갈 것"

이 회장은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성공퍼즐세션’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퇴임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2019년 1월 1일자로 그룹 회장직과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별도 퇴임식도 열지 않는다.

이 회장은 퇴임을 공식화한 이후,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창업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갈 것”이라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언급했다.

퇴임 배경에 대해서는 “1996년 1월, 40세에 회장직을 맡았을 때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의 시간이 더 지났다” 며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컸다”며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낼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오롱, 4세 경영 한발짝··· 이규호 전무 주목

이 회장의 전격 퇴임으로 코오롱은 사실상 '4세 경영'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실제로 이날 단행한 정기 인사를 통해 이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했다.

이 전무는 당분간 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 분류되는 패션 부문을 총괄 운영하며 경영 역량을 닦아나갈 예정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전무는 올해 35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인 데다 임원에 오른 지도 3년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전무가 그룹 총괄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지분 승계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아직까지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고등학교 때부터 회사 지분을 확보해 온 이 회장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의 지분은 49.7%로 한번에 지분을 넘기기에는 상속세 부담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코오롱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의 지분을 이 전무에게 넘기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 전무가 비교적 어린 나이인 만큼, (지분 증여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 후견인 역할을 할 인물로는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가 낙점됐다. 코오롱은 이날 인사에서 유 대표이사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도 겸임토록 했다.

원앤온리위원회는 향후 그룹의 정체성,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 간 협력 및 이해 충돌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코오롱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꾸준히 진행해온 만큼, 젊은 CEO(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변화와 혁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