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같은 과일 맞나’ 크기도 맛도 다양

2018-11-27 14:15
같은 과일도 소비자 기호 따라 종류도 다양
농진청, 소비 트렌드 맞춰 품종 개발 박차

배 신품종 '신화'[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루비에스’는 탁구공보다 조금 큰 크기의 사과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작은 사과는 ‘알프스오토메’라는 일본 품종이 유일하다. 국산 품종인 ‘루비에스’는 일본 품종보다 한 달가량 일찍 수확되고, 악과가 없으며, 저장성이 강하다. 특히 당도(13.8브릭스)와 산도(0.49%)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맛도 우수하다. 깎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데다 크기도 작아 나들이용으로 적합하다. ‘루비에스’는 종묘업체에 기술이 이전돼 묘목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루비에스’ 품종을 개발한 농촌진흥청은 향후 과수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해 국산 보급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춘 과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같은 포도라 할지라도 △씨 없는 포도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 △5개월 이상 저온저장이 가능한 포도 등 신품종이 많이 보급돼 소비자의 선택폭도 넓어졌다.

이는 급변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하고, 기온상승 같은 기후변화에 맞춘 농촌진흥청의 선제적인 품종 개발이 전제됐기에 가능했다.

농진청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 해외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소비 트렌드에 맞는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국산품종 보급을 확대해 가기로 했다.

◆같은 사과도 ‘나들이용-선물용’ 달라…소비자 입맛‧기호에 따라 종류도 다양

농진청은 최근 다양해진 소비자 기호에 부응하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육성하고 보급을 확대해 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7개 과종에서 육성한 신품종만 56종에 달한다. 하나의 품종을 개발하는 데 수년에서 수십년까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주요 성과를 보면, 사과는 기후변화와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대응한 품종을 개발‧보급했다. 기온 상승을 대비해 착색이 우수한 ‘아리수’와 녹황색 품종인 ‘황옥’이 대표적이다.

△추석용 대과종 ‘홍금’ △나들이용 중과종 ‘피크닉’ △급식용 소과종 ‘루비에스’ 등 소비자 구매목적별 품종도 개발했다. 이미 개발된 20개 품종 중 16개 품종은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황옥은 경북 김천(8ah), 피크닉은 경북 예천(3ha), 홍금은 강원 정선(4ha) 등 지역별 생산단지를 조성해 특화 품종으로 만들 계획이다.

50년 넘게 국내에서 재배돼 소비자에게 친숙한 포도 ‘거봉’의 단점을 보완한 ‘흑보석’은 산 함량이 높아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룬 품종이다. 거봉보다 재배가 용이하고, 단조로운 단맛과 달라 재배농가와 소비자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수입포도에 대응해 개발된 ‘홍주씨들리스’는 씨 없는 품종으로 껍질째 먹는 포도다. 5개월 이상 저온저장이 가능,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수입산 포도와 경쟁이 가능하다. 맛도 뛰어나다. 지난 9월 경매사와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한 평가회에서 당도‧육질‧단단함‧과즙‧향‧모양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씨 없는 적포도 ‘스텔라’와 청포도 ‘샤이니스타’도 꾸준히 사랑받는 포도 품종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거봉이 주류인 우리나라 포도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유망한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감귤은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품종을 개발했다. ‘탐나는봉’은 한라봉(품종명: 부지화)을 개량해 육성한 품종이다. 한라봉과 비슷하나 당도(15브릭스)와 산도가 모두 높은 것이 특징이다.

‘신예감’은 향기가 좋고 당도(12브릭스)도 높다. 껍질이 단단하지만 벗기기 쉽고, 수확기간이 길다. ‘탐도3호’는 식미가 좋고, 아삭한 식감과 과즙이 많은 품종이다.

배는 △성숙기가 빠른 ‘신화’ △껍질째 먹는 ‘조이스킨’ △병해저항성이 높은 ‘그린시스’ △크기가 크고 껍질이 얇아 깎아먹기 편한 ‘창조’ 등 성숙기‧당도향상 같은 특성을 개선한 신품종을 육성했다. ‘신화’와 ‘창조’ 품종은 당도가 13브릭스로 높고, 수확 시기가 빠르다.

또 복숭아 6개 품종(스위트퀸‧이노센스‧옐로드림‧설홍‧황후‧대목), 자두 2개 품종(썸머스타‧써니퀸), 자두와 살구의 교배종인 플럼코트 1개 품종(샤이니) 등 다양한 핵과류 신품종을 개발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과종별 미래환경에 대응하고, 소비자 맞춤형 품종을 다양하게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도 신품종 '흑보석'[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소비 트렌드 맞는 과수품종 개발 박차…중앙-지방-민간 협력 강화

국내 과수 품종 개발은 1960년대부터 시작해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현장 보급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2016년 기준 개발된 품종수는 총 153개 품종으로 보급률은 13.9%다. △사과 30개 품종(보급률 17.5%) △배 36개 품종(13%) △포도 16개 품종(3%) △복숭아 15개 품종(34%) △감귤 22개 품종(6%) △감 12개 품종(0%) △참다래 22개 품종(23.8%) 등이다.

시장정착에 성공한 품종이 없는 건 아니다. △사과(홍로, 감홍) △배(원황) △복숭아(유명, 천홍) 등 최근 육성한 품종들은 현재도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보급률 상승 속도가 더디다.

농진청 관계자는 “개발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반영한 육종체계가 미흡하다”며 “시장성이 우수한 품종 개발을 위해 소비자‧생산자‧유통관계자 등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육종체계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진청은 간편소비‧고품질‧다양성‧기능성 등 소비 트렌드에 대응해 품종을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갤럽의 과수 소비자 기호도 조사 결과도 씨없는 포도나 털없는 복숭아 등 간편소비를 원하는 것으로 나왔다. 동시에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생력재배형 품종 개발과 저장성이 높아 수출‧가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품종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농진청은 정기적으로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정확한 육종목표를 설정하고,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선발로 품종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육종체계를 개선했다. 품종의 시장보급은 기존 7년 이상 소요되던 기간을 출원과 동시에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1년으로 크게 단축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대학과 민간기업 간 육종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생명공학기술 연구를 협력하고, 실용화재단을 중심으로 선도농가를 관리해 가겠다”며 “도(道)농업기술원은 신품종 전시포 조성 및 현장실습, 농진청은 신품종 보급사업을 추진하는 등 중앙-지방-민간 협력을 강화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