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심각, 2050년엔 2차 세계대전 수준 사망자 발생

2018-11-13 13:44
국내 항생제 사용량 OECD국가 중 3번째로 높아…항생제 스튜어드십 확대해야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장이 13일 여의도 소재 CCMM빌딩에서 열린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균요법학회 제공 ]


세균 감염을 막는 항생제 사용량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항생제 내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11월 셋째 주를 항생제 인식 주간으로 지정했다. 이에 감염내과 의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대한항균요법학회는 13일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고,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우리는 보통 감기에만 걸려도 항생제를 함께 복용한다. 항생제를 다른 약과 복용해야 안심하는 환자가 많다. 실제로 항생제를 처방해야 환자의 만족도가 10% 이상 높아진다는 미국 연구도 존재한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하루 1000명 당 34.8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다. OECD 평균 21.1명보다 훨씬 높다. 국내 총 항생제 처방량은 2002년 하루 1000명 당 15.9명이었으나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 내성균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 70만명에 달한다. 영국 국가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AMR)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을 줄이지 않을 경우 2050년에는 사망자가 연간 1000만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3초에 1명씩 사망하는 수치로, 2차 세계대전 때의 연간 희생자 수와 같은 숫자다.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회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국내 항생제 내성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도록 의료인과 일반인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의료계뿐 아니라 농축수산식품‧환경 분야를 포괄해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16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2020년까지 항생제 사용량을 20% 줄이고, 급성상기도감염(감기) 항생제 처방률과 호흡기계질환 항생제를 각각 50%, 20%씩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항생제 처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학회는 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인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장기요양병원에는 감염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항생제 내성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 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