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스페셜] 일자리가 답이다…유통·프랜차이즈·바이오업계 ‘고용 창출’ 선도

2018-11-16 03:16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 해결사는 일자리임에도 턱없이 부족…“규제 거둬내야”

[사진=아이클릭아트]


대한민국 ‘고용 절벽’이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다. 특히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장기 실업자 수는 외환 위기 이후 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장기실업자 수는 평균 15만2000명으로, 1999년 6월 이후 올해가 가장 많다. 실업자 수는 111만7000면으올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만1000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할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계와 제약바이오업계는 앞다퉈 고용에 나서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기 보다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규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약속은 둘째치고 복합쇼핑몰에 대한 주 2회 강제휴무 등을 앞세워 업계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조선 등 산업 전반의 경기 침체로 그나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은 유통, 제약바이오 산업인데 정부가 전향적으로 지원은커녕 고용창출 의욕을 저하시키는 규제를 한다. 이런 것부터 거둬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가운데)이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사진=롯제 제공]


◆롯데·신세계 등 고용 유발 효과 높아…청년·中企 지원도 활발 

면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유통업은 고용유발효과가 크다. 각 점포의 물건을 관리하는 것부터 판매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계가 대체를 하는 영역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인력의 고용이 필수적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점포당 고용인력은 평균 500~600명이다. 점포하나 당 직접 고용하는 인력이 200~300여명 규모이며 협력사원까지 포함하면 500명이 훌쩍 넘어간다. 사업장에는 판촉사원, 단기 아르바이트생, 주부사원 등 다양한 인력이 대형마트에서 각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다양한 규제에 막혀 최근 신규출점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부터 최근 3년 간 점포수는 오히려 줄었다. 2016년 147개였던 점포는 2017년 145개로 줄었고 올해는 143개로 또다시 2개가 더 줄었다. 신규출점은 아예 없다. 대형마트 평균 고용인구 500명을 환산하면 3년 동안 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대형마트보다 쇼핑몰의 고용유발효과는 더욱 크다. 다양한 관리인원과 더불어 입점업체들까지 고용에 나서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은 향후 5년 간 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면서 그 중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쇼핑몰 사업도 지속해서 추진할 뜻을 전했다.

다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에 포함시키기를 추진하고 있다. 주말 매출이 높은 복합쇼핑몰의 문을 닫게 되면 피해는 입점상인과 소상공인이 보게 된다. 특히 입점 매력도가 떨어지면 복합쇼핑몰에서 근무하던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시설타워인 롯데월드타워 상시 고용인원은 9200여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숙박‧관광이 중심이 된 월드타워의 고용인원은 2000여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7200여명은 쇼핑몰인 롯데월드몰에서 고용됐다. 이는 상시 고용인력만 집계한 결과다.

아울러 한국은행에서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한 롯데월드타워‧몰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계산한 결과 약 3만3000여명에 달했다. 하나의 소도시 인구를 모두 고용한 것과 같은 수준의 규모다.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도 취업유발효과가 크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2016년 개장한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5000여명, 이듬해 개장한 스타필드 고양은 3000여명의 고용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지역상권의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복합쇼핑몰을 넓히려는 계획이지만 지역 상인단체에 의해 거센 반발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청년 창업자와 중소기업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롯데 유통사업부문은 지난달 3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외 유통채널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기업을 위한 ‘2018 글로벌 청년&스타트업 창업대전’을 열었다. 300여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롯데 유통부문 상품기획자들이 이들의 구매 상담 및 제품 품평을 진행, 우수 100개사를 선정해 판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마트도 지난달 31일 ‘2018 이마트 스타상품 프로젝트’를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고 청년상인과 중소기업 각 30개 업체 등 모두 60개 업체에게 심사를 거쳐 이마트 입점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선정된 우수상품들은 이마트 및 신세계 계열사 입점, 전통시장 먹거리 순회행사, 해외 수출 등 다양한 판로 지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앞서 2년에 걸쳐 발굴된 우수상품들은 이마트 입점 판매 및 순회행사와 수출 등을 통해 누계 매출 총 40억원을 돌파했고, 3개의 청년상인 업체가 이마트 정식 매장으로 입점했다.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 전경 [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공]


◆다양성·소자본 장점···가맹점 1개당 평균 4.3명 채용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에는 300여개사, 600여개부스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창업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생 제2막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등이 논란이 됐지만, 프랜차이즈는 40여년 간의 긴 역사만큼이나 업종이 다양하고 특별한 기술 없이도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여전히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프랜차이즈는 독립 창업에 비해 생존율은 물론 일자리 창출면에서도 월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2014년 간 독립 점포와 프랜차이즈 점포의 3년 생존율 차이는 각각 58.4%, 73%로 프랜차이즈가 훨씬 높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브랜드가 1개 늘어날 때마다 고용 창출 효과는 각각 평균 4.3명, 417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만큼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행에 따라 선뜻 창업을 결정했다가 고배를 마시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조정원의 가맹사업 정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75%, 가맹점의 절반 가까이를 외식업이 차지한다. 이 가운데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2016년 한 해 가맹점이 17.4% 늘어날 정도로 외식업 중에서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가맹점이 가장 많은 곳은 이디야,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요거프레소, 투썸플레이스, 커피베이, 빽다방,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파스쿠찌 등이다.

점포 수 기준 상위 10개 치킨 프랜차이즈는 BBQ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BHC,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 또래오래, 멕시카나 등이다. 프랜차이즈 인기 업종으로 손꼽히는 치킨과 커피인데도 폐점률은 각각 1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10명 중 1명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대형 가맹본부의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식재료 유통에 대한 통행세 챙기기 등 문제점도 예비 창업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프랜차이즈 산업 모델도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달 31일 소셜프랜차이즈 육성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대안 모색에 나서기도 했다. ‘소셜 프랜차이즈’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공정한 이익 배분을 달성하는 프랜차이즈 모델을 의미한다.

토론회 참가사인 베러댄와플 관계자는 “이번 소셜프랜차이즈 토론회를 통해 베러댄와플 협동조합의 비즈니스 모델과 상생 구조뿐만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을 알리고 현주소도 되짚어볼 수 있었다”며 “이번 발표 내용을 토대로 향후 협동조합형 소셜프랜차이즈의 모범 사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제약바이오업계, 채용박람회 통한 일자리 만들기 앞장

제약강국을 꿈꾸는 제약업계가 고용대란 극복을 위해서도 그야말로 열일 중이다. 제약업계는 취업대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일자리 창출에 기여를 해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체 조사 결과, 최근 10년간 매해 평균 2.7%씩 고용을 늘려왔다. 이는 제조업(1.3%) 평균의 2배다.

지난 9월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채용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총 47개 제약‧바이오 업체가 참여해 하반기 채용설명회와 구직 상담 등을 진행했다. 당초 3000여명이 사전에 신청했으나, 실제적으로는 6000명에 가까운 구직자가 몰렸다.

올해 상반기 201개 국내 제약사는 총 3286명을 신규 채용했다. 100명 이상의 인력을 채용한 제약사는 모두 8곳이었다. 기업체별로는 GC녹십자가 33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미약품이 262명, 대웅제약 229명, 휴온스 219명, 종근당 188명, 보령제약 140명, 유한양행 111명, 동아에스티 104명 순이었다.

하반기에도 3000여명(113개 업체)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채용실적보다 52.6% 높은 수치다.  지난해 제약업계 종사자수는 9만5524명으로, 10년 전 2008년 7만5406명보다 2만118명 늘었다. 퇴직자를 감안해보면, 단순 계산으로 매해 2000명 이상 신규 채용을 실시했다.

특히 신약개발에 몰두하는 다수 제약사로 인해 R&D(연구개발) 일자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제약업계 종사자 중 연구개발 분야 인력은 다른 직종과 달리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08년 7801명이던 종사자는 2017년 1만1925명으로 늘어났다. 연구직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0%에서 12%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