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로앤피] 20대 10명 ‘단톡방’서 법이 만들어졌다

2018-11-07 11:02
IT+직접민주주의 시대 ①


Q.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로앤피 시작합니다. 오늘의 로앤피는 IT와 직접 민주주의가 결합된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IT 발전이 직접 법을 만드는 사례를 첫 내용으로 정했습니다. 윤창호법 이야기죠,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내용을 소개해주시죠.

A. 윤창호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두 건을 말합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살펴보면요, 현재 벌칙 조항에는 음주운전을 두 번 이상 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이걸 한 번 이상 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끔 아주 강화했습니다.

또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 개정안을 보게 되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살인죄처럼 처벌한다.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Q. 한마디로 음주운전을 아주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이네요. 그런데 이 법안을 만든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사고를 당한 윤창호군의 친구들이라는 점에서 더 화제가 되고 있다고요.

A. 법안을 만든 사람들은 바로 윤창호군의 대학 동기 1명과 고등학교 친구 9명 총 10명입니다. 이들은 창호군이 사고를 당한 후에 병원에서 처음으로 만났다고 하는데요, 창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법안을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Q. 법을 어떻게 만들었나요?

A. 제가 지난 월요일에 국회에서 창호군 친구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도대체 전문가 도움 없이 법을 어떻게 만들었냐고 하니깐, 일단 10명이서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누구는 도로교통공단을 맡고 누구는 해외 사례를 찾아보는 식으로요. 그리고 창호군이 있는 중환자실 복도에 담요를 깔고 앉아서 새벽까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친구들이 각자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병원까지 직접 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단체카톡방을 많이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근거가 많아서 법안을 만드는 것은 수월했는데, 다만 잠이 너무 부족해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법안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 정도라고 합니다.

Q. 보통 법이라고 하면 입법부인 국회나 정부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친구들이 직접 필요한 법안을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한 것 같습니다. 이 법에 대한 국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A. 이제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 친구들은 사고가 난 지역인 부산 해운대갑의 국회의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하 의원이 너무나 흔쾌히 내가 대표발의 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법안 발의는 됐고요. 그런데 또 이 친구들이 윤창호법은 올해 안에 꼭 통과가 돼야 한다면서 5당 대표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면담을 가졌는데요, 김 비대위원장과 손 대표 모두 올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5당 대표와의 모임에서 윤창호법과 같은 민생 법안은 이번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습니다.

Q. 다행이군요.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입법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A. 입법 자문 전문가인 이호영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이 법안 발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현상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법안은 발의가 목적이 아니라 통과가 목적인데요, 법안을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이 법이 다른 법체계와 맞느냐라고 합니다. 다른 법률과 체계상으로 타당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될수록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서 일반 시민들이 법을 만들 때 정책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