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아이폰 XS'가 상륙한 지난 2일 아침, 슈피겐코리아 직원들은 두꺼운 점퍼를 입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늘한 새벽부터 입장을 기다린 애플 마니아들에게 손난로 보조배터리를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준비했던 손난로 배터리와 핫팩 200개가 모두 소진되자 이들은 애플스토어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슈피겐 가로수길 매장으로 돌아갔다.

슈피겐코리아의 첫 단독 로드샵 가로수길점은 아이폰 신제품 출시 하루 전 오픈했다. 패션‧뷰티 분야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가로수길점 한복판에 휴대폰 액세서리와 주변기기 판매 매장을 마련한 것이다. 가로수길은 이미 애플스토어를 중심으로 디바이스 판매점 윌리스와 액세서리 판매점 디자인스킨이 자리 잡고 있다. 애플 관련 액세서리 판매 비중이 높은 슈피겐도 가로수길에 형성돼 있는 ‘애플 생태계’에 합류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확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슈피겐 매장에는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이후 찾아온 손님들이 많았다. 슈피겐 가로수길점 오픈 소식을 알고 일부러 찾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길을 걷다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휴대폰 케이스들을 보고 발길을 멈췄다. 몇몇은 새로 산 아이폰 제품을 손안에 들고, 매장 구석구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아이폰XR을 구매한 뒤 슈피겐 매장을 찾은 30대 남성은 “애플스토어를 들린 김에 휴대폰 케이스도 구경하려고 매장을 찾았다”며 “(오늘은 구매하지 않았지만) 제품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동선도 편해서 케이스가 필요할 때가 되면 매장을 다시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슈피겐코리아는 휴대폰 액세서리를 ‘아무 곳에서나 구매하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 상품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유통망을 확장하는 전략은 브랜드화의 일환이다. 가로수길점 개장과 함께 홍대점, 부산점 오픈을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 매장은 지역 특색에 맞는 콘셉트로 꾸며지는데, 가로수길점은 화이트 앤 블랙 디자인으로 ‘신사’스럽게 인테리어 했다. 작고 특색 있는 매장이 줄지은 가로수길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통유리 파사드와 내부에 설치한 대형 거울로 강조한 공간감도 특징이다. 벽면에는 애플과 삼성, LG 등 제조사별 휴대폰 케이스를 진열했고, 중앙에는 분홍빛 색상의 MD 상품으로 공간을 채웠다. 매장 공간 한편에는 무선충전 존을 만들어 누구나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앞으로는 스타트업 제품을 진열하는 ‘스타트업 존’도 마련할 계획이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스타트업이 접근할 수 없었던 공간을 공유하는 슈피겐코리아의 상생 프로젝트다.

국봉환 슈피겐코리아 본부장은 “매장을 오픈한 날 60대 노부부가 방문해 슈피겐 제품을 한가득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가로수길점은 신사에서의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 향후 오픈할 홍대점과 부산점은 또 다른 콘셉트로 꾸며 획일적이지 않은 직영점들을 선보일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