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브라질판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브라질 경제 살릴까

2018-10-29 15:42
극우 성향 보우소나루, 50% 이상 득표율로 대통령 당선
과격 발언으로 논란 많아...경제 돌파구 마련할지 주목

극우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사회자유당(PSL) 대선 후보가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로이터]


"극우파가 브라질을 정복했다. 강력한 극단주의자 대통령이 생겼으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브라질 대통령 선거의 결선 투표 결과가 나오자 현지 정치 칼럼니스트인 셀주 호샤 데 바로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득표율 55.1%를 얻어 경쟁 상대였던 좌파 노동자당(PT)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44.8%)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이었다. 

◆ '혐오 전문' 브라질판 트럼프..."브라질 민주주의 우려"

보우소나루는 정치 베테랑이다.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 선거에 당선, 정치계에 입문한 뒤 30여년간 줄곧 정치판을 지켰다. 당초 대통령 후보로 지목될 가능성은 낮았다. 그러나 전 정권의 부패 스캔들과 최악의 경제 위기, 치안 불안에 등을 돌린 민심을 발판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후보로 나서기 위해 당적을 기존 기독교사회당(PSC)에서 사회자유당(PSL)으로 옮겼다.

거친 발언과 과격한 정책 등으로 '브라질판 트럼프', '트로피컬 트럼프'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성애자 혐오 발언, 여성과 소수민족 폄하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범죄를 처단하기 위해 경찰이 범죄자를 사살할 수 있도록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독재 정권을 옹호하는 한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빈곤층의 출산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 부분이다. 외신들은 보우소나루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변화'를 모토로 내세운 것이 민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성 정치에 실망한 중산층 서민들이 보우소나루를 적극 지지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현지 유권자들이 '감정'에 투표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후보의 성향보다는 2016년 불거진 좌파 정당의 부패 스캔들에 대한 실망감을 투표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의 당선으로 지난 30여 년간 유지돼온 브라질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사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보우소나루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재앙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브라질 경제 살릴까...신흥국 경제 여파 주목

연초부터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브라질 경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권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브라질 경제가 신흥국 경제 위기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대선 1차 투표 이후 헤알화 가치는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2.43% 하락했다. 28일 기준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당 3.64헤알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상 최악의 경제 침체도 현재진행형이다. 브라질 경제 성장률은 2015년 -3.5%까지 추락했다가 지난해 1% 성장으로 올라섰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브라질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1.2%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보우소나루는 대선 과정에서 ​고용확대, 연금개혁,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강경책을 강조했다. 실업률 상승·부진한 경제 성장 등 과거 정권의 실책을 강조하면서 정부 예산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경제 개입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BBC는 "보우소나루 진영이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중국 투자자들에게 매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보우소나루는 내년 1월 1일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다. 유권자들의 변화 갈망 덕분에 정권을 쥐게 됐지만 사실상 '종이 권력'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우소나루의 소속 정당인 사회자유당은 연방의원 선거에서 하원의원 52명을 확보했지만 전체 의석수(513석)의 10%에 불과해 연립정권 구성이 불가피한 탓이다. 때문에 보우소나루의 강경 발언 수위가 조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