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용의자의 신원이 밝혀졌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26알 용의자 신모(32)씨가 일가족 중 손녀인 조모(33)씨와 교제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조씨와 조씨의 아버지·어머니,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신씨는 범행 후 자신도 집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한 신씨가 이날 오후 4시 12분께 큰 가방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오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이 영상에서 신씨는 사전에 아파트 출입 카드가 있었던 듯 쉽게 입구를 통과해 들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신씨 침입 당시 집에는 조씨 아버지가 있었고 이후 1~2시간 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귀가했다. 조씨는 약 8시간 뒤인 25일 자정쯤 집에 도착한다.

신씨는 이들을 살해한 뒤 조씨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의 시신은 화장실로 옮기고 비닐, 대야 등으로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인이던 조씨는 살해한 상태 그대로 거실에 방치했고, 조씨의 목을 조르고 둔기와 흉기 모두를 이용해 범행하는 등 특히 잔인하게 범행했다.

신씨는 범행 다음 날인 25일 오전 9시 50분쯤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목적으로 자신이 차량에 뒀던 질소가스통을 가지고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긴 시간을 시신과 함께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신씨가 지난해 10월 조씨와 함께 부모님 집에서 한 달간 동거했다고 밝혔다. 당시 가족들은 이웃들에게 신씨를 '사위'라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이후 경남 양산에 전세방을 구해 올해 8월까지 조씨와 함께 살다가 헤어졌다. 조씨의 유가족들은 "신씨가 조씨와 헤어진 뒤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범행 전 신씨가 집에서 컴퓨터로 아파트 일대 방범용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도 확보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조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이유인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