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로앤피] 연예인 사진도용, 일반인과 뭐가 다를까

2018-10-26 10:53

[사진=아주경제 제공]


Q.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을 게재했다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A씨는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았습니다. 2년 뒤 병원을 다시 찾았는데요, 자기 사진이 홍보자료로 쓰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술 전후 사진이 앨범으로 제작돼 병원 로비에 비치돼 있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 홈페이지에도 상당기간 노출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A. A씨는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병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Q. 초상권.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기는 한데. 정확한 개념이 뭘까요?

A. 초상권이란 초상 즉, 얼굴을 포함한 신체적 특징에 대한 인격적 이익으로, 자신의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Q. 소송은 어떻게 흘러갔나요?

A. 소송에 들어가자 병원 측은 눈 주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뒤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긴 했지만, 수술 받은 부위나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만 봐도 지인들은 알 수 있는 정도였다. 함께 갔던 어머니도 앨범을 보시더니 단박아 알아 채셨다”고 주장했습니다.


Q. 모자이크 처리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나요?

A. 판례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아는 사람이 볼 때 피해자임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재판은 결국 A씨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초상권 침해가 인정됐고, A씨는 500만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사 사건과 비교했을 때 위자료를 잘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러면 연예인의 사진이 도용된 경우는 어떤가요?

A. 연예인의 초상이 무단 사용될 경우에도 초상권 침해에 기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은 인격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성격이라 피해회복에 한계가 있습니다.


Q. 손해배상액이 적은가 보군요.

A. 네. 그래서 미국에선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고 있다.


Q. 퍼블리시티권이 뭔가요?

A. 퍼블리시티권이란 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을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권리입니다. 일종의 재산권적 성격의 권리입니다.

초상이나 성명을 도용당한 유명인은 이 권리를 근거로 초상권 외에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퍼블리시티권. 익숙하지 않은 단어인데, 우리나라도 이 개념을 받아들였나요?

A.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퍼블리시티권 개념이 확립되지는 않았습니다. 하급심의 경우 판결에 따라 거액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입니다.

대법원 판결이나 법률 제정을 통해 퍼블리시티권 개념이 정립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