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으로 ‘자유무역’ 전도사된 중국 지도자들

2018-10-21 12:59
리커창 아셈서 "아시아ㆍ유럽,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수호하자"
시진핑, 왕이 등 중국 지도자들, 잇따라 자유무역 주창
중국, 고립 방지 위한 대책 마련 나선 듯

리커창 중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아셈(ASEM) 참석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다. [사진=신화통신]


미국과 중국간 치열한 무역전쟁으로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한 세계 자유무역의 ‘전도사’로 나서는 모양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아셈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 다시 한 번 아시아와 유럽 국가에 자유무역 수호를 촉구했다.

21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2회 아셈에 참석해 ‘글로벌 책임을 함께 분담하고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하자’는 연설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유럽과 아시아는 다자주의를 지키기 위한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개방형 세계 경제를 구축해 연계된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며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아직 발전이 불균형적이기는 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복잡한 국제 정세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고 대외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리 총리는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개별 회동에서도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중국의 시장 개방 확대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만남에서는 미국을 의식한 듯 "중국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 흑자를 고의적으로 추구한 적이 절대 없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고위 지도자들은 자유무역주의 수호에 힘을 쏟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스티븐 페리 영국 48클럽 회장과 만나 “중국은 무역 자유화와 경제 세계화를 더욱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국제 문제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해 의심과 편견, 오해를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 격)도 지난 11일 크리스 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중국과 자유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모든 종류의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며 “중국의 현대화를 막아서는 그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지도자들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이 국제 무역시장에서 고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미국이 지난 1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차단하는 조항을 명시하면서 우군 확보가 시급해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중국 고립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지난 18일 미국이 내년 1월 일본, 유럽연합(EU)은 물론 개별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또 다시 중국 배격을 위한 ‘독소조항’을 삽입할 것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