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대출 막으니…서울 아파트 낙찰 받은 법인 4배 급증
2018-10-18 09:52
법인 명의로 자금 융통할 수 있는 매매사업자로 이동
정부의 9.13 대책 이후 법인명의 낙찰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개인 대출 규제에 법인 명의로 서울 아파트를 낙찰 받는 것이다.
18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법원경매에서 진행된 서울 아파트 낙찰건수 총 39건 중 법인 명의로 받은 낙찰 건수는 12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낙찰건수 30건 중 3건) 대비 법인 낙찰자가 4배 늘어난 수준이다.
16일 낙찰된 서울 아파트 5건 중 2건은 법인이 가져갔다. 하나는 서부3계에서 진행된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7단지 아파트 84.7㎡로 응찰자 5명이 몰려 감정가 7억7600만원의 110%인 8억5365만원에 낙찰됐다. 또 다른 하나는 남부11계에서 진행된 구로구 고척동 해피그린 아파트 81.2㎡로 감정가 100.67%인 2억8490만원에 낙찰됐다.
하루에 서울 아파트 두 개를 낙찰 받는 경우도 있었다. 15일 낙찰된 서울 아파트 10건 중 3건이 법인 명의로 낙찰됐는데, 이 중 2건을 동일 법인이 받았다. 하나는 북부9계에서 진행된 동대문구 이문동 쌍용 아파트 59.99㎡이고, 다른 하나는 동일 법원에서 진행된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래미안루나밸리 아파트 84.9㎡이다. 두 건 다 감정가를 상회해 낙찰됐다.
법인명의 낙찰자가 증가하는 것은 LTV, DTI 등의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부의 9.13 대책 이전에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집값의 80%를 대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임대사업자 대출 판매가 유행이라는 비판에 따라 9.13 대책에서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을 담보로 하는 임대사업자대출의 LTV가 40%로 축소됐다. 주택임대사업자혜택이 축소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법인 명의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매매사업자로 옮겨가는 추세다.
8일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아파트를 낙찰 받은 법인 대표는 매매사업자법인 명의로 낙찰을 받을 경우 가장 큰 장점으로 대출을 손꼽았다. 현행 매매사업자법인 대출은 투기 과열 지구 내 제1금융권에서 낙찰가의 80%까지 가능하다. 원리금균등상환 여부는 상품마다 선택이 가능해 이자만 납부할 수도 있다. 또한 필요경비 인정이 용이해 세금 절세 범위가 넓고, 내야할 세금을 전년도 사업소득으로 넣어 다음 해 3월에 늦게 낼 수도 있다. 소득세, 법인세, 건강보험료 등의 각종 부담금과 추가적 세금이 발생하고 법인 주소와 설립 기간에 따라 취득세가 중과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지지옥션 박은영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응찰자수는 절반 이상 감소하고 낙찰가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에 투자 수요는 몰리고 있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가 법인 투자자만 살아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