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앱 체험기] 핀크, 알 수 없는 이 중독성은 뭐죠?

2018-10-14 15:08

[사진= 핀크 앱 캡쳐]


옛 말에 '땅을 파도 10원 한 장 안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돈은 귀하고 벌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핀크에선 돈이 나온다. 어렵지도 않다. 돈을 '잘썼나, 괜히 썼나'를 평가하면 1원씩 붙는다. 또 화면을 손으로 문지르기만 하면 적게는 10원, 많게는 5만원도 준다. 

핀크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합작사다. 비슷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인 것 같은데 대체 KEB하나은행 서비스와 무엇이 다를까 궁금했다. 핀크는 금융 서비스 제공을 통해 수익을 내기보다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돈 버는 소비습관'을 핀크의 수식어로 내세운 것도 이 맥락이다.

우선 핀크 앱을 구동하면 첫 화면에 금융 목표를 세우도록 해놨다. '스쳐가는 월급 잡기','돈 버는 소비습관 만들기', '잔고봐라! 이래도 쓸거임?' 등에서 선택하거나 원한는 목표를 직접 입력하면 된다. 앱을 켤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해당 문구를 보게 돼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소비를 다잡게 됐다. 

다른 자산관리앱이 그러하듯이 은행, 카드사, 증권사, 현금영수증의 계좌를 연동해두면 각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 없이 핀크에서 한 번에 계좌조회가 가능하다. 소비 내역은 계좌, 체크카드, 신용카드 등 수단별로 얼마를 썼는지와 생활/쇼핑, 교육/육아, 식비 등 분류별로 확인 가능하다. 전체 소비 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표로 보여줘서 한눈에 보기 쉽다. 이는 연말 소득공제를 고려해 현금과 체크카드, 신용카드 비중을 조절할 때 요긴하다. 

핀크를 사용하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설렜던 이유는 바로 '황금핀고를 찾아라' 때문이다. 복권을 긁듯이 매일 한번씩 화면을 손을 문지르면 10원부터 순금 1돈까지 다양한 상금이 주어진다. 대부분 당첨금은 10원이었으며, 100원과 500원은 한번씩 당첨됐다. 저절로 돈이 생기는 것도 즐거웠지만 계속 10원만 당첨되가다 100원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이 이벤트는 10월까지만 진행된다.

또 핀크에서 내가 쓴 돈을 평가하면 1원씩 핀크 계좌로 적립된다. 이 또한 재미가 쏠쏠하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빵을 사먹었다면 해당 소비 내역을 '괜히 썼어'로 분류하면 된다. 반대로 진짜 써야할 곳에 사용했다면 '잘썼어'로 체크하면 된다.

한 달에 7일 평가하면 추가 보너스 10원, 한달 내내 평가하면 500원이 주어진다. 다만, 금융기관과 연동하지 않고 직접 입력한 소비내역은 적립되지 않았다. 현금으로 결제한 후 현금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거나, 아예 소비를 하지 않으면 소비평가가 끊겨서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이렇게 분류된 '잘썼어', '괜히 썼어'는 개인 반성 목적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빅데이터로 취합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소비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은 평균 얼마를 쓰는지, 또 내 소비 등급은 얼마인지 확인 가능하다. 마치 신용등급처럼 1등급(탁월)부터 5등급(경고)까지 다섯 단계로 분류돼 있다.

기자는 평균 대비 2.3배 소비를 더 많이 했고 소비등급은 5등급으로 나왔다.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항목별로 비교해보니 배달앱을 통한 외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한두번 시킨 배달이 이렇게 큰 결과를 낳을 줄이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데이터를 받고 보니 충격이 컸다. 하지만 괜찮다. 원인을 파악했으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된다.

'습관저금'은 아이러니한 상품이다. 이는 편의점, 커피, 쇼핑, 치킨, 패스트푸드 등 본인이 가장 자주 결제하는 분야를 지정해 5%부터 50%까지 원하는 저금 비율을 설정해 놓으면, 그 분야에서 지출이 있을 때마다 자동으로 저금이 된다.

개인적으로 결제를 가장 자주 하는 편의점을 10%로 설정했다. 잔고가 쌓여갈수록 뿌듯하면서도 '그 만큼 내가 편의점에서 소비를 많이 했구나. 줄여야겠다'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돈이 모여서 기쁨과 동시에 반성을 하게 되는 그런 상품이었다.

핀크의 숨겨진 보석(?)은 기프트콘몰이다. 커피부터 편의점, 치킨, 피자, 아이스크림, 베이커리 등 일상 속에서 자주 가는 곳들의 기프트콘을 사면 8%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핀크를 사용할 때 불편한 점은 화면을 옆으로 넘기면 메뉴별로 이동할 수 있는 스와이프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또 소비 내역이 추가될 때마다 각 금융사로부터 정보를 받아서 업데이트를 하는데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고 반드시 최신 버전을 위한 새로고침을 클릭해야 했다. 또 AI핀고에서 '추천해줘' 등을 금융자문을 해줄 때 핀크 상품만 뜨는 점은 아쉬웠다.

핀크를 사용하기 전에도 지출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현실을 깨달았다. 반성은 덤이다. 핀크는 무언가를 살 때 '진짜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물'이다. '버는 것만큼 소비의 빈틈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옛말을 '핀테크 기술'로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