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분양권 ‘1주택 규제불구 여전히 ‘고공행진’

2018-10-03 14:28
올해부터 조정대상지역서 양도세 50% 부과...“매물이 없으니 호가도 안 내려가”

서울 마포구 대흥2구역을 재개발하는 ‘신촌 그랑자이’ 분양권이 분양 당시보다 5억원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신촌 그랑자이 공사 현장 모습. [사진=오진주 기자]


“지난달에 딱 한 건 거래됐습니다.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으니 가격도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서울 마포구 대흥동 ‘신촌 그랑자이’ 인근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분양권을 ‘1주택’으로 간주해 규제하는 내용의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는데도 분양권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아 고공행진했던 웃돈이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3일 찾은 마포구 대흥동 ‘신촌 그랑자이(대흥2주택 재개발)’는 총 1248가구라는 도심 내 대규모 단지인데도 불구하고 분양권 매물이 나오지 않아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전매제한이 풀린 신촌 그랑자이는 지난 9월 전용면적 84㎡의 분양권이 최고 1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16년 분양 당시 가격인 7억2000만~8억4000만원에 비하면 5억~6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13억7000만원에 매물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달 전매제한이 해제된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 파크푸르지오(연희1주택 재건축)’도 2016년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가 5억1200만~5억7100만원에 공급됐던 것이 지난 8월 이보다 2억원가량 오른 약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7억5000만~7억6000만원에 분양권 매물이 나와있고 8억원까지도 부른다”며 “8월에 마지막으로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이같은 오름세를 올해부터 실시된 양도세 때문에 부담스러워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올해부터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분양권을 전매할 경우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양도소득세율 50%를 적용받는다. 9·13 대책은 올 하반기 관련 법을 개정한 뒤 시행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모부터 적용돼 당장 영향은 없다.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는 12월 입주 때까지 여유가 있으니 더 오를 것 같아서 매도자들이 추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을 재개발하는 ‘경희궁 롯데캐슬’ 분양권이 분양 당시보다 4억원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경희궁 롯데캐슬 공사 현장 모습.[사진=윤지은 기자]



서울 종로구 무악동 일대에 들어서는 ‘경희궁 롯데캐슬(무악2주택 재개발)’도 지난 6월 전매제한이 해제된 후 호가와 실거래가가 계속 올랐다. 이 단지는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만큼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84㎡ 5층의 분양권은 지난달 30일 11억6000만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대표에 따르면 이 분양권은 매수자가 잔금을 일주일 안에 치르는 조건으로 계약된 급매물이다. 그는 “추석 전 전용면적 84㎡ 13억원짜리 물건이 거래 직전까지 갔다가 추석 이후 집주인이 물건을 거둬들이며 거래가 불발됐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올리는 이유는 인근 아파트들의 시세가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실제 이 단지 남쪽에 위치한 ‘경희궁 자이(돈의문1구역 재개발)’ 전용면적 84㎡ 18층의 분양권은 지난달 8일 16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일반분양가(7억9500만원) 대비 8억원가량 오른 것이다. 경희궁 롯데캐슬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용면적 84㎡가 13억원과 14억원에 하나씩 나와 있다”면서 “호가는 높은데 대출은 어려우니 문의만 많고 거래 자체는 잘 안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석관동에 소재한 ‘래미안 아트리치(석관2주택 재개발)’와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봉천12-1구역 재개발)’도 상황은 비슷하다.  래미안 아트리치 인근 R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매제한이 해제된 이후 오른 호가가 9·13 대책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았다.”며 “호가가 너무 높아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차 인근의 E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양도세 때문에 물건이 잘 안 나오고 가끔 나오는 것들은 호가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