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근절법안’ 논란 확산…의료계 “의사동업병원 처벌 과도”

2018-09-17 18:22
국회 복지위, 20일 전체회의 상정
법조계도 “시기·절차상 문제 있어”

서울 한 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겠다고 나온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의사 간 동업까지 처벌하는 법안은 의료선진화에 걸맞지 않고, 최근 나온 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복지위, 의사간 면허대여 처벌법안 논의

17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2월 대표발의한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룬다.

의료법 개정안은 비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는 일반 사무장병원은 물론 의사가 다른 의사의 이름을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이른바 ‘의사 사무장병원’을 막는 내용을 담았다. 의사 사무장병원에는 개설 허가를 취소하고, 의사면허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에게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리게 했다.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는 내용도 포함했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보재정으로 지급하는 요양급여의 지급 보류와 부당이득 연대징수 대상에 의사 사무장병원도 추가했다. 

최도자 의원은 “최근 의사 사무장병원이 횡행하고 있는데 현행법에는 면허 대여에 대한 별도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면서 “관련 제재 규정을 마련해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들 법안은 지난 6일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20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법안의 주요 내용이 의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의사 간 동업이나 투자 행위를 사무장병원으로 간주해 의사면허 취소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의료계 혼란을 가중할 독소조항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쟁점조항 헌재서 위헌심리…법조계 “시기·절차 문제 있어”

개정안은 최근 나온 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을 근거로 네트워크병원에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9월 의사 간 동업이나 투자는 사무장병원이라고 볼 수 없고, 진료 행위에 대해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게 옳다며 네트워크병원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병원 요양급여 지급정지·환수처분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는 건보공단의 재판 뒤집기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한 네트워크병원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정당하게 지급돼야 할 요양급여를 무리하게 환수하고선 재판에서 지자 건보재정을 강탈당했다는 듯이 표현하고 있다”면서 “개정 법안에 재판 뒤집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병원경영 환경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나아가 의료생태계 다양화와 의료선진화를 가로막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병원 관계자는 “미국·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의료경쟁력 강화와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병원을 복수로 개설해 네트워킹 내지 협력을 통해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복수 병원 개설과 운영을 금지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아주경제 DB]


법조계에서도 신중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에 담긴 조항 일부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어서다.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4조 2항과 ‘의료인은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같은 법 33조 8항은 현재 헌재에서 위헌법률제청 판결을 앞두고 있다.

헌재가 두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 개정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김종식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위헌 요소가 있는 내용을 법률에 담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기상이나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과를 기다린 후 개정을 해도 늦지 않다”면서 “성급하게 개정할 경우 또다시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