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찍에 흔들리는 시장..투자자들은 미국으로
2018-08-16 16:22
펀드매니저들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는 '미국'
트럼프, 관세·제재로 신흥국 흔들어 투자 흡수
트럼프, 관세·제재로 신흥국 흔들어 투자 흡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경제 제재와 고율 관세 등의 경제적 무기를 휘두르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펀드매니저 최선호 투자처는 '미국'
시장은 요동쳤다. 무역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중국의 경우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중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유럽은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최고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투심을 짓누르면서 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올해 들어 2% 하락 중이다. 터키는 환란을 겪으면서 외환위기에 다가갔고 러시아 루블화는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와 관련한 미국의 신규제재에 달러 대비 4% 추락했다.
반면 미국 경제는 2분기(4~6월)에 성장률이 연율 4.1%를 넘으며 순항하고 기업들의 순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나홀로 호황이 돋보인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이달 3~9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세계 유력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월례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주식시장의 자리를 5년 만에 탈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무려 67%의 펀드매니저들이 미국을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꼽았다. 미국 증시에 대한 순비중확대 비율은 19%로 2015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베팅한 시장은 신흥국 증시로 조사됐다. 신흥국 증시에 대한 순비중축소 비율은 1%로 전월에서 제자리걸음 했다. 신흥국 주식투자에 대한 비관적 시선이 두달째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S&P500지수는 하반기 들어서만 3%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까지는 약 2%만을 남겨뒀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세계 증시 흐름을 추종하는 ‘MSCI AC 미국 제외 세계지수’는 동기간 2.8% 하락했다. 연초 대비로는 8% 가까이 미끄러졌다.
◆ 트럼프, 관세·제재로 신흥국 흔들어 투자 흡수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뜩이나 강달러와 글로벌 성장률 둔화로 신흥국이 위태로운 시점에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을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투자 환경이 위험할 때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시장을 찾아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다른 지역의 경제 불안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야기됐다는 데 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국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국제금융을 무기화해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금융전쟁'에 기꺼이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터키에 대한 경제 보복이 그 예다. 미국인 목사 석방 문제를 두고 터키와 갈등하던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터키 내무장관과 법무장관에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가한 데 이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올리는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안 그래도 터키 에르도안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경제 정책과 과도한 대외 부채에 신음하던 터키 리라화는 미국과의 갈등 격화에 수직 낙하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전반에까지 위기설이 번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타격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의 제재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지정학적인 이유에서 부과됐다. 그러나 터키의 미국인 목사 석방 거부는 미국의 안보 위협과 거리가 멀다. 도리어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서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편이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금융을 무기화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복잡한 조직망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달러 결제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과 국채 시장의 거대한 유동성은 실제로 금융분쟁에서 미국을 우위에 서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러나 결국 금융전쟁은 무역전쟁보다 훨씬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역전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일은 흔치 않지만 금융시장의 혼란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된 사례는 대공황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까지 아주 많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