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표창원이 제기한, 놀라운 친일청산 해법은...
2018-08-05 08:00
4일밤 독립운동 영화제 '엔딩크레딧'에서 그는 의미심장한 카드를 던졌다
"현재로서 친일파를 정리하는 방법은, 무리하게 할 순 없다. 아픔과 부작용과 반발과 비용이 막대하다. 다만 지난 날의 친일 행위로 지녔던 권력이나 경제적 이득에 대해서는 불문(不問)할테니..."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4일 저녁 용인시 기흥구 한 카페에서 열린 '표창원의 엔딩크레딧'이란 이름의 독립운동 미니영화제에서 던진 말이다. 이 행사는 내년인 2019년 삼일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사의 이정표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표의원이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들 중의 하나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순회 행사를 벌여왔다. 일제와 독립운동 관련 영화 3편(대장 김창수, 모던보이, 암살)을 상영한 뒤 표의원을 중심으로 토크쇼가 진행됐다. 4일 행사에는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심옥주 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이 게스트로 초대됐다.
이날, "친일파 청산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것 때문에 생겨날 국력 손실이 불가피하게 보이는데 뭔가 현실적인 청산 방안은 없느냐"는 취지의 방청석 질문이 나왔고, 그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처음에 표의원은 친일 청산의 어려움에 대해 역설했다.
이렇게, 표의원은 친일 청산이 치명적인 실기(失期)를 한 이후, 친일파들이 나라의 근간에 깊이 파고드는 바람에 이젠 단칼의 수술로는 그것을 도려내기가 불가능함을 역설한 뒤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때 심옥주 소장이 살짝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 또한 중요한 얘기였다. 당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이유는, 해방 이후 임시정부가 국제적으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상해 임시정부가 해방 이후 미국 등 국제적인 공인을 받지 못한 까닭은, 자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외국 땅에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을 문제 삼아 임정이 독립운동을 주도해왔음에도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정의 의미 정립에 애를 쓰는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임정이 공식적인 인정을 못 받음으로써, 친일파를 청산할 수 있는 주체가 미약해졌죠."
이렇게 친일 청산에 대한 의견이 꼬리를 물자, 표의원은 아까 말하다 중단한 듯한 '스마트한 친일청산'에 대한 생각의 일단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동진 평론가가 말끝에 덧붙인 '액션플랜'이라는 표현과 맞물려서 나온 듯 하다.
"친일파를 이제 와서 무리하게 정리를 하는 일은 아픔과 부작용과 반발과 비용이 너무 큽니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들(친일파들)에게 이렇게 의견을 제시하는 겁니다. 당신들이 현재 쥐고 있는 권력과 부의 이득은 가지게 해줄테니 다만 역사에는 개입하지 말라. 철저히 그때 일을 재조명하고 친일 이력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방해하거나 저항하지 말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 선열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선 가치를 인정하라. 나쁜 역사라도 미래를 위해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소명이다. 이렇게 설득해서 친일파의 '과거'와 현재의 작업을 일단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정권만 해도 역사를 다시 왜곡하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 그런 것은 안된다는 거죠. 이것을 거부한다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아까의 제안과는 다른 좀 더 강력한)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고통이 뒤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제안이 아프다 하더라도 수용해야 할 겁니다."
표의원의 '스마트한 친일청산론'은 파격적이다. 우선 그간의 친일 행위로 인한 기득권과 이득을 불문에 붙이겠다는 전제가, 여론의 기존 입장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철저하게 친일진상 규명은 해나가고 그것에 대해 친일파들이 저항하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문제 분리' 방식을 쓴다. 이미 뿌리 뽑기는 어려워진 친일파 세력의 근간과 싸우느라 국력을 소모하는 것보다, 역사적인 기록으로 '정의'를 세워놓음으로써 적어도 미래의 국가 가치관을 담보하는 게 실익이 있다는 주장이다. 여당 의원의 이런 생각이 한 사람의 사견인지, 혹은 이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친일파 솔루션'인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100년 대한민국 역사의 '그림자'를 털고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이런 대담한 의견이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