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간 왕이, "종전선언 모두의 바람...美 관세압박, 소용없다"

2018-08-03 09:17
왕이 외교부장, 2일 '중국+아세안 외무장관 회의' 참석 후 기자회견
"종전선언 시대조류 부합, 평화협정은 단계 필요한 별개 문제"
ARF 앞두고 美 견제하는 中, "무역전쟁, 美 타격...남중국해 간섭마라"

 51차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개최를 앞두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반도 종전선언은 모두의 바람"이라고 지지하는 동시에 '대북지원'을 언급하며 미국을 견제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에 관해서도 "미국의 관세 공격이 결국 스스로를 다치게 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아세안 관련 회의를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왕 국무위원은 2일 오후 '중국-아세안(10+1) 외교장관 회의' 참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관련 질문에 "남북한은 같은 민족으로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중국은 미국 등을 포함한 다른 국가도 한반도 전쟁 재발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는 것이자 남북한은 물론 각국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는 밝혔다.

하지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와 별개의 일로 유관국 간의 협상을 재개해 법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각국은 남북한 양국 국민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어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자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중국이 절대 빠지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은 책임감 있는 국가로 외교적 사안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중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중국이 '북한'을 카드로 삼는다는 일각의 해석을 일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매커니즘 구축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올바른 길로 중국은 계속해서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기도 한 싱가포르에서 공개된 중국의 목소리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또, 북핵 관련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지는 ARF 개최(4일)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의미가 크다. ARF는 아세안과 남·북·미·중·러 등 27개국 외교수장이 모일 뿐 아니라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다. 

왕 국무위원은 이 외에 무역전쟁, 남중국해 등과 관련해서도 미국을 견제했다. 일단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가 코 앞이고 미국 당국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검토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인 것과 관련해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을 위반하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 스스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 대부분은 미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데 관세율을 높이면 결국 자국 국민의 부담이 커진다"면서 "관세 인상으로 중국 제품의 수입을 줄이더라도 결국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해 무역 불균형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외부의 개입이 없는 선에서 '남중국해 행동 준칙'에 따라 관련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점을 찾겠다"며 '미국은 간섭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과 아세안의 협력도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과 아세안이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를 맺은지 이미 15년으로 관계가 계속 발전하고 실질적인 많은 협력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제 고속발전 단계에서 질적인 관계 발전을 추구할 성숙기에 접어 들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올해는 개혁·개방 40주년으로 중국은 앞으로도 아세안과의 우호관계 발전과 공영을 추구하고 함께 운명공동체로 성장하고자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