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이슈] 美 이통사 티모바일, 노키아 5G 장비 선택...韓은 9월 선정

2018-07-31 15:47
장비 공급 규모 4조원...통신장비 계약 금액 중 역대 최대
국내 이통3사, 5G 장비 시제품 받아 시험중...‘보안 논란’ 화웨이 포함
국내외 5G 시장 패권 경쟁으로 화웨이 장비 도입 쉽지 않을 듯

티모바일은 30일(현지시간) 노키아의 5G 통신장비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티모바일]


미국 3위 이동통신사 티모바일(T-mobile)이 5G(세대) 통신장비사로 노키아를 선택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현재 5G 장비를 시험하고 있으며, 9월쯤에 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티모바일은 이날 노키아의 5G 통신장비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35억 달러(약 3조9200억원)로, 현재까지 밝혀진 5G 장비 계약 금액 중 최대다. 티모바일은 600㎒ 저주파수 대역과 28㎓ 고주파수 대역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 등 5G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제공받을 예정이다.

네빌 레이 티모바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가 쓰는 모든 달러는 5G와 연관이 있다”며 “노키아와 협력해 미국 소비자에게 뛰어난 5G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모바일은 올해 30개 도시에 5G 망을 구축하고, 2019년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는 5G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양사의 계약은 각 분야 하위 사업자들의 반란이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티모바일은 미국 이동통신시장 3위 사업자로,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17.11%다. 1위 버라이즌(35.46%)과 2위 AT&T(33.37%)의 절반 수준이다. 티모바일은 빠른 속도와 연결성이 특징인 5G 시대에서 선두 주자와의 격차를 조기에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티모바일은 현재 4위 이통사 스프린트와의 합병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29% 수준으로, 현재 규제 당국의 합병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키아 또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3위다. 노키아는 2009년까지 글로벌 이동통신 기지국 시장 2위(1위 에릭슨) 사업자였으나, 2010년부터 중국 화웨이에 자리를 내줬다.

티모바일의 5G 통신장비업체 선정은 한국보다 한 달가량 빠르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각 통신장비업체의 시제품을 받아 시험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배포한 제안요청서(RFP)에 맞게 장비가 개발됐는지 중간 평가하는 단계다. 여기에는 보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의 화웨이도 포함됐다.

이동통신 3사는 9월쯤에 장비업체를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3월에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선 최소 6개월 정도의 설비 투자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사 대표들은 지난 17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같은 날 5G 서비스를 개시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동통신 3사는 RFP에 맞게 통신장비가 개발되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개발확인시험 단계로, RFP를 받은 통신장비업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화웨이도 포함됐다”며 “내년 3월에 5G를 상용화하려면 늦어도 10월에는 장비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아시아 최대의 이동통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의 화웨이 전시관. [연합뉴스]


관심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선택할지 여부다. 화웨이는 4G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2009년부터 5G 통신장비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현재 화웨이의 3.5㎓ 장비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가격은 경쟁사 대비 30%에서 최대 50%까지 저렴하고, 기존에 설치된 장비를 교체해 주겠다는 제안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채택해야 하나, 미국과 그의 우방 국가들은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해 보안 문제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데이터를 중국으로 무단 유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은 이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지난주에 만나 중국산 통신장비를 자국 시장에 들여오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호주, 영국 등도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할지 관심이 쏠린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이동통신 3사 대표들에게 5G 장비의 보안점검을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국내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면서도, 갤럭시S‧갤럭시노트 등 인기 스마트폰 브랜드를 보유한 휴대폰 제조사이기도 하다. 최신 스마트폰을 적기에 공급받는 것은 가입자 확보에 중요한 요소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의 5G 시장을 둘러싼 패권 다툼, 삼성전자와의 관계 등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5G 장비 성능 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더라도 쉽게 선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