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샤오미 등 中업체, 韓 시장 포기 안하는 이유는
2018-07-17 14:57
중국 시장의 3.2% 불과...눈높이 높아 글로벌 인지도 제고에 주효
대륙 스마트폰의 반도 공략이 재개됐다. 한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중국의 스마트폰이 가성비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다시 두드린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아닌 4위 샤오미의 제품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을 통해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16일부터 샤오미의 중저가 스마트폰 ‘홍미노트5’ 판매를 시작했다. 홍미노트5는 샤오미가 올해 2월 공개한 스마트폰으로 5.99인치 대화면, 램 4GB, 저장공간 64GB, 1200만‧500만화소 듀얼카메라 등 프리미엄급 사양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29만9000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동급 제품보다 20~30만원가량 저렴하다.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 2사가 중국 스마트폰을 동시에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화웨이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화웨이는 2014년 9월 LG유플러스를 통해 중저가 모델 X3로 한국에 처음 상륙했다. 이후 SK텔레콤과 넥서스6P(2015년 12월), LG유플러스와 Y6(2015년 12월), KT와 BeY(2016년 8월) 등 이동통신사와 개별 계약을 맺고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P9 출시 당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갤럭시노트7의 부재, 아이폰7 출시 효과 감소 등 기회 요소가 충분했음에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뼈아팠다. 결국 화웨이와 LG유플러스는 P9과 P9플러스의 국내 출시 4개월 만에 출고가를 각각 22만원씩 내려야 했다. LG유플러스는 출고가 인하 한 달 후 지원금을 대폭 올려 ‘공짜폰’으로 풀었다. 화웨이가 출시한 중저가 보급폰도 한국 시장에서 좀처럼 활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6%, 애플이 28.3%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15.7%였다.
그럼에도 중국업체들이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이유는 한국 시장의 상징성 때문이다. 한국은 1992년 CDMA(코드 분할 다원접속) 방식 이동통신기술을 단일 표준화하고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ICT 강국 반열에 올랐다. 당시 CDMA는 가입자 용량이 아날로그 방식의 10배 많고 전파 효율성과 기지국 배치 면에서 다른 방식보다 뛰어난 기술이다. 이후에도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로 LTE 전국망을 구축하는 등 망을 가장 빨리 진화시키는 면모도 보였다. 갤럭시S, 갤럭시A 등 유명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삼성전자를 보유한 국가라는 것도 강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화웨이나 샤오미 등의 한국 시장 공략은 매출 증대 측면보다는 상징 국가 선점이라는 레퍼런스(평판) 확보 측면이 강한 셈이다. 특히 이들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글로벌 시장에서 어디에서도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 블랙베리는 지난해 12월 CJ헬로와 ‘블랙베리 키원’을 출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다른 국가의 소비자들보다 눈높이가 높다고 언급했다. 블랙베리는 2016년부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TCL과 모바일 부문에서 협업하고 있다.
알란르준 블랙베리 모바일 글로벌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지만 소비자들은 수준이 매우 높다. 이를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블랙베리 키원은 그 산물”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성공은 곧 글로벌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진출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