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 한-오만 관계, '천년의 역사' 뛰어넘어 '미래의 동반자'로

2018-07-29 13:54
이낙연 국무총리, 지난 23~25일간 오만 방문의 의미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외교부 제공]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신라 헌강왕이 즉위 5년(879), 지금의 울산 인근을 순행할 때 조우한 '생김새가 해괴하고 옷차림과 두건이 괴상한,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네 사람'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이 네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그들이 오만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오만인들은 '신밧드의 후예'답게 두건을 쓰고, 오래전부터 바닷길을 통해 아시아·아프리카를 넘나들었다. 1966년 경주 석가탑 보수 공사 때 발견된 오만의 특산물 유향(乳香) 3봉지는 1000여년 전부터 한국과 오만 간에 교류가 있었음을 시사해 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주 우리 총리로서는 6년 만에 오만을 공식방문, 와병 중인 카부스 국왕 겸 총리를 대신해 아사드 부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한-오만 간 협력관계 증진 방안이 허심탄회하게 논의됐다.

오만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에서 바닷길로 중동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접하는 나라가 오만이다. 오만은 △중동 △아프리카 △인도양을 연계하는 지정학적 허브이며, '세계경제의 목구멍'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접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또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자발 샴스(3028m)가 있고, 알-하자르(아랍어로 돌) 산맥의 특이한 지형으로 인해 '중동의 스위스'로 불린다. 이는 스위스처럼 외교분야에서도 뛰어난 명성을 갖춘 나라라는 의미다.

'오만 밸런싱(Oman balancing)'이라는 표현처럼, 오만의 균형외교는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만은 균형외교를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과 효율적인 개방경제 체제를 추구한다.

오만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오만은 중동국가 중 우리의 두 번째 천연가스(LNG) 수입대상국으로, 주로 에너지 협력의 파트너로 인식됐다.

그런 오만이 중장기 국가개발 전략인 '비전 2040' 프로젝트의 일환이자, 오만의 차세대 국가성장 동력 사업인 두큼(Duqm) 경제특구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아사드 부총리는 이 총리와의 회담 후 이어진 환영오찬에서, 두큼 특구 내 스마트시티 건설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이는 당초 오는 9월 서울에서 체결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날 한-오만 비즈니스 포럼장에서 양국 기업인 18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국토부와 오만 상공부 간에 MOU를 체결했다. 오만이 얼마만큼 절실히 우리와 협력을 기대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이 총리의 오만 방문에 함께한 우리 기업인 50여명은 한-오만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양국 간 실질적인 경제협력 의지를 높였다.

또 석유가스부와 상공부 장관 등 오만 주요 경제각료 합동 접견을 통해 △두큼 특구사업 내 우리 기업 진출기반 확보 △보건의료·국방·수산·태양광을 아우르는 협력 다변화 △민·관합동 경제협력위원회 운영 추진 등 새로운 차원의 동반자 관계 마련에 공감대를 구축했다.

6년 만의 공식 방문은 1000여년 전 이역만리에서 뱃길로 유향을 들고 한반도를 왕래했던 오만과의 인연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우리의 대외협력 지도에 오만을 깊게 각인시키는 의미있는 여정이었다.

아울러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함께, 미래성장 동력을 보유한 중동에 대한 외교다변화의 발걸음을 상징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오만’이라는 단어를 치면, ‘오만과 편견’이 제일 먼저 나온다. 앞으로 오만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치면, '미래의 동반자'라는 말이 상단에 나오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