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 뛰는 日…'구로다 발작' 번지나?
2018-07-29 12:18
BOJ 통화정책 조정설에 장기금리 급등세…'구로다 발작' 우려 확산
30~31일 금융정책회의 촉각…저인플레·엔고 우려에 BOJ '진퇴양난'
30~31일 금융정책회의 촉각…저인플레·엔고 우려에 BOJ '진퇴양난'
30~31일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BOJ가 종전의 통화완화 기조를 고수할지, 미세조정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용인할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BOJ의 정책조정이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발언 이상의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버냉키의 테이퍼링 발언은 연준의 본격적인 통화긴축 신호로 읽혀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신흥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정책조정에 따른 '구로다 발작(Kuroda tantrum)'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번 회의가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건 지난 20일 BOJ가 장기금리 목표의 유연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BOJ가 기존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책에 미세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연준이 금리인상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벌어지고, BOJ 안팎에서 통화완화 기조를 너무 오래 유지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BOJ의 정책조정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BOJ는 2016년 9월 이후 통화부양 기조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해왔다. 일부 당좌예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하기 위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연간 80조엔 규모)이 대표적이다. BOJ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유동성 공급원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통화부양에 적극적이었다. BOJ의 정책조정은 결국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모두 통화긴축으로 돌아서는 게 된다. 시장에서 '구로다 발작'을 우려하는 이유다.
이런 걱정은 이미 일본 장기국채 금리를 띄워올려 BOJ의 이례적인 개입을 촉발했다. BOJ의 정책조정 가능성에 0%에 머물러야 할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가 지난 27일 장중 0.11% 웃돌며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BOJ는 같은 날 10년 만기 국채를 0.10%의 금리에 무제한 매입하는 공개시장조작에 나섰다. 23일에 이어 일주일 새 두 번째 개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한 달에 두 번이나 이렇게 시장에 개입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BOJ가 이번 회의에서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BOJ가 정책조정으로 장기금리 수준을 높이면 엔화 값이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낮아지고,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약해져 미약한 경기회복세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BOJ의 깜짝 정책조정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섣부른 통화긴축이 일본 경제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진다.
하야시 히로야키 일본 후코쿠생명투자고문 상무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구로다 발작'이 미국(긴축발작) 이상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BOJ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조정하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줘 해외 투기 세력의 투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