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꺾이고 내수 침체...하반기 경제 먹구름

2018-07-26 19:00
고용부진 장기화·시중금리 인상으로 구매력 위축
한은 "잠재성장률 수준 유지...하강국면 아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2018년 2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을 발표하고 있다. 올 2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0.7%로 떨어졌다고 한은은 발표했다. [연합뉴스]


"현재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기가 하강국면은 아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2018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발표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이 전망했던 올해 연 2.9% 성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박 국장은 "대외 불안요인이 있지만 주요국의 재정확장 기조와 우리나라의 경기활성화 대책이 있어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다"면서 "하지만 2분기까지 성장은 견조했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너마저… 수출 감소 타격으로 오나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 등 대외 리스크가 확산 중인 가운데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던 반도체 수출이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구조가 지나치게 반도체에 편중돼 있다 보니 중국 등 후발업체들의 신규 공급이 본격화할 경우 수출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올 2분기 수출 증가율은 0.8%다. 반도체와 석탄,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늘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수출 증가율(4.4%)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6%에서 2017년 17.1%, 2018년 20.1%로 증가하는 추세다. 늘어나는 비중과 달리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크게 꺾일 전망이다. 공급과잉 탓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을 16.6%로 전망했다. 이는 상반기 증가율(41.8%)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도 하반기 증가율을 15.9%로 제시했다. 상반기 증가율(42.5%)의 반토막 수준이다.

IBK경제연구소는 "미‧중 통상 마찰이 격화 중인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저하는 수출여건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 침체로 엎친 데 덮친 한국경제

내수 부진도 국내 경제를 옥죄는 원인 중 하나다. 한은에 따르면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8%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3%에서 올 1분기 1.8% 증가율을 보여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시 부진에 빠진 것이다.

또 민간소비 성장률도 전분기 성장률(0.7%)보다 낮은 0.3%에 그친 상태다. 그나마 지난 1분기의 경우 평창올림픽이라는 호재가 있었지만 하반기에는 내수를 이끌 만한 대형 이벤트가 없다.

여기에 고용시장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시중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은 구매력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부진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가계소득 증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고용시장 정책을 통해 일자리 창출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에 대해서도 홍 위원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부실 가구가 재활할 수 있도록 상환기간 연장 및 채무조정 등 회생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