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작가 최인훈 타계…문학계 큰 별 지다

2018-07-23 18:01
암 투병 중 향년 84세로 별세
분단 현실 문학적으로 성찰
장례는 '문학인장' 거행

작가 최인훈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설 '광장'으로 친숙한 작가 최인훈이 23일 오전 10시 46분 별세했다. 향년 82세.

지난 3월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이 발발해 월남했다. 이후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전후 분단 현실 앞에서 공부하는 데 갈등을 느껴 1956년 중퇴했다.

그리고 3년 후인 1959년, 군 복무 중 쓴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듬해 4·19혁명을 거쳐 7개월 뒤인 1960년 11월 '새벽'지에 중편소설 '광장'을 실었다.

'광장'은 발표 직후부터 문단 안팎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전후 한국문학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출간 이후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다. 고등학교 문학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란 기록도 갖고 있다. 또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고인은 이 소설에 대해 "4·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기 때문에 덜 똑똑한 사람도 총명해질 수 있었고, 영감이나 재능이 부족했던 예술가들도 갑자기 일급 역사관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광장' 이후에도 꾸준히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분단 현실을 문학적으로 치열하게 성찰했다. 대표작으로는 '회색인'(1963), '서유기'(1966),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화두'(1994) 등이 꼽힌다.

이 밖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냈다.

고인은 2003년 계간지에 발표한 단편 '바다의 편지'를 끝으로 새 작품을 내지 않았다.

15권에 달하는 '최인훈 전집'을 남긴 그는 수사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받았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퇴임 이후에는 명예교수로 예우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 여사와 아들 윤구, 윤경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지며, 위원장은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이자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이 맡았다.

영결식은 25일 0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린다. 발인은 영결식 이후, 장지는 '자하연 일산'(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45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