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우영 은평구청장 "남북의 시간 담은 타임스퀘어 '수색역 르네상스' 일으키겠다"

2017-09-25 07:25
통일시대 길목… 도심 관광명소로 꾸며 한문화체험특구 중심
향림·햇빛마을 등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자랑거리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수색역 '제2의 타임스퀘어 개발' 등 지역현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은평구 제공]


"은평은 통일로를 품고 있으며 관내 녹번동 옛 지명인 양천리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중앙에 자리합니다. 이곳에서 남과 북으로 각각 1000리 떨어진 곳에 부산, 의주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남과 북을 잇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 바로 우리 구입니다."

서울 은평구의 김우영 구청장은 평소 '서울 북서의 관문', '통일의 문을 여는 도시'란 말을 즐긴다. 상징적으로 구파발부터 달려 판문점에 이르는 '통일로(統一路)'가 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은평구가 장기적으로 통일시대에 대비한 주요 통로이자 무한 잠재력을 지닌 지역이란 설명이다.

김 구청장은 지난 2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908년 영업을 시작한 수색역을 '문화의 메카'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과 경의선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로 꼽히면서, 현재 상암DMC가 미디어산업 중심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상업적 콘텐츠가 부족해 일대 역세권을 문화·쇼핑·상업시설이 한데 갖춰진 '제2의 타임스퀘어'로 개발시켜 관광객을 유인코자 한다.

당장 철로에 가로막힌 상암DMC와 수색역 구간은 데크 등을 깔아 공공보행통로를 만들어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시티 방송국의 기능을 보완하는 공연장, 젊은 문화예술인이 역량을 펼치는 혁신창업공간 등 다채로운 복합레저 장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수색역은 통일 후 북부 관문역사로 상징성이 부여될 것이다. 생산유발 2조3000억원, 고용유발 12만4000명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문화로 지역의 아름다운 미래를 일구다

은평구는 '은평' 속에 담긴 역사적인 전통 및 스토리를 문화로 소통해 주민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구정을 펼치고 있다. 2015년 4월에 지정받은 북한산 일원의 '한(韓)문화체험특구'를 북한산둘레길,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셋이서문학관, 진관사, 삼천사 등과 연계해 한류문화의 중심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도 세워두었다.

다음으로 올 연말께 미술·한옥 공존의 '삼각산 금암미술관'을 비롯해 한복·한식 체험공간 '너나들이 센터' 등 여러시설과 유기적으로 이어 도심에서 힐링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선보인다. 또 기자촌 문학정신을 담아내는 '언론기념관'과 건립 중인 인문학 산실인 '고전번역원'은 이곳 특구 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잡게 만든다.

은평구를 정지용·이호철·최인훈 등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들이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했던 '근대문학의 고향'이라 소개한 김 구청장은 "은평은 문화예술회관, 숲속극장, 박물관, 도서관, 천년고찰 진관사 등 크고 작은 인프라를 갖췄다"면서 "하지만 공무원 조직만으로는 전문성과 소프트웨어 부족의 한계가 뚜렷한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은평문화재단이다. 관련 업무를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립기관인 셈이다. 2015년 타당성 용역을 시작으로 2년여에 걸친 대장정 끝에 설립됐다. 세부적으로 관내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해 △시설 운영·관리 △정책·사업 개발 및 추진 △창작·보급 및 지원 등을 수행 중이다.

김우영 구청장은 "재단은 화합과 소통으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기획·준비해 여는 '은평누리축제', 통일의 염원을 조선시대 파발((擺撥) 형식으로 담아낸 '파발제' 등 전반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꾀할 것"이라며 "명품 우수 기획공연 개최나 구민 서포터즈 및 예술창작소 조성·활성화로 맞춤형 문화복지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으로 주민들 먹고사는 문제 해결

앞서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간 50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도시재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은평구는 관내 '산새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서울시를 넘어 중앙정부의 정책으로까지 연결된 우수사례다. 구는 2010년 민선 5기를 시작하면서 '두꺼비하우징'이란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사업성이 없어 재개발조차 안되는 산동네를 시범구역으로 정했다. 강남지역의 아파트 한채 값 정도인 10억여원을 서울시로부터 받아와 도시경관 가꾸기에 나섰다.

이렇게 첫발을 뗀 산새마을 사업은 주민들과 일일이 머리를 맞대며 진행됐다. 나대지를 청소하고, 보도블록을 고르며, 새로 들어설 마을회관은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던 중 주거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도 복원됐다. 구는 이외에 녹번산골마을, 응암산골마을, 역촌동 토정마을, 불광동 수리마을, 신사동마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과 향림마을, 수색동 햇빛마을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희망지 프로젝트를 역점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향림마을에 대해 김 구청장은 "통일로와 연서로 사이에 있는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인데 인근 진관동, 불광동의 아파트 단지로 인해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해지고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올해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예산 100억원을, 구름다리 햇빛마을 역시 3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향림마을 주민공동 이용시설 및 불광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향림마을은 주민 스스로가 전면에 나서 공동체활동 지원, 인큐베이팅 공간활용, 각종 프로그램 운영 등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불광의 경우 구민 주도로 일정 진행이 가능하도록 현장지원 역할을 맡는다. 다시 말해 공공과 주민의 중간지원 조직으로 현지 상가건물 1층에 49㎡ 규모로 설치됐다.

김우영 구청장은 "도시재생을 추진하게 되면 시작단계부터 지역주민들이 모여 마을이름을 짓고, 마을공동체 운영회를 구성해 어떤 식으로 해 나갈지 논의하느라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다"며 "주택 개보수 역시 대기업의 건설사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동네를 잘 알고 있는 소규모 건축업자들이 이끌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 효과를 전했다.

◆정치권 최대 이슈 자치분권에 대한 생각은

김 구청장은 자치분권에 대해 "쉽게 말해 현재 중앙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을 주민들이 직접 자치를 할 수 있도록 지방으로 분배하자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이어 자칫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이라 오해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논의해야 할 자치분권은 근본적으로 국가가 갖는 권력을 그 힘의 원천인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자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분권이 필요한 증거로 생활임금제, 주민참여예산제,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지금껏 지방정부 현장에서 발견된 여러 정책들을 들었다. 마을 속에서 주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일할 일터를 갖고 걱정 없이 가족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마을 속에서 찾는 것이 곧 자치분권이라 정리했다.

예를 들어 뉴타운 등 대규모 재개발에는 개인이 은행융자를 받아 추가부담금을 내고 사업에 참여한다. 그렇지만 정작 대부분의 이익은 대기업 건설사로 돌아간다. 반면 주민들이 주체로 마을을 바꿔가는 도시재생은 이와 다르다. 그간 아파트에서 소외돼 구도심에 오랫동안 정주해온 도시 서민들의 삶의 환경을 바꾼다. 아울러 소시민의 행복을 지켜줄 마을의 민주주의, 즉 따뜻한 골목경제를 부활시킬 수도 있다.

김우영 구청장은 "주민들은 마을공동체로 예산을 분배하며 마을의 환경·복지·교육 등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안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무한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의 사회참여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만들어면서 마을이 청년일터가 되게 하는 것이 곧 자치분권"이라고 피력했다.

◆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강원도 강릉시 △강릉고교,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성균관대 부총학생회장 △장을병 국회의원 정책비서관(1997~2000년) △노무현 대통령선대위 정치개혁추진위원회 기획위원(2002년) △이미경 국회의원 입법보좌관(2003~2010년 3월)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R) 객원연구원(2005년)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 이사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 △민선 5·6기 은평구청장
 

김우영 구청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수색역 '제2의 타임스퀘어 개발' 등 지역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평구 제공]